네덜란드 항공사 KLM 경영진이 한국 고객을 차별했다는 논란에 대해 “정신적 피해를 본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지역 사장을 비롯한 KLM 경영진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승무원 개인의 실수였지만 승객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KLM 본사 임원진에게 즉시 보고한 뒤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KLM은 지난 10일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 화장실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승객이 ‘왜 영어로는 쓰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KLM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잠재 보균자로부터 고객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277명 중 한국인 승객은 135명이었다.

KLM 경영진은 재발 방지를 위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글래스 사장은 “13일부터 모든 KLM 항공편에서 승무원만 이용 가능한 화장실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승무원은 고위 임원진이 별도로 면담할 예정”이라며 “KLM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미리암 카트만 수석부사장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글래스 사장은 이번 일이 인종차별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단순히 승무원의 어리석은 실수일 뿐 회사에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KLM은 세계 최초의 민간항공사로 한국에서는 37년째 운항 중이다.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파리 등에 취항해 지난해 국내에서 20만3900여 명이 KLM을 이용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