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9월 출시한 A클래스 해치백 A22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9월 출시한 A클래스 해치백 A22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면서도 품격을 놓치지 않은 작은 차. 벤츠 더 뉴 A클래스 A220 해치백은 시승 결과, 이 같이 요약되는 프리미엄 자동차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9월 국내 출시한 4세대 A클래스 더 뉴 A220을 지난달 직접 타봤다. 준중형 크기에 공간 활용성을 높인 해치백 모델이다. 세단 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고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더 뉴 A220은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더 뉴 A220은 이전 세대에 비해 외관이 더욱 젊게 변모했다. 낮아진 보닛과 위로 치켜올라간 LED전조등은 당장이라도 치고나갈 듯한 상어를 연상시킨다. 겉멋에 그치지 않고 실용성도 챙겼다. 더 뉴 A220의 전장·전폭·전고는 4420·1795·1430mm로, 실내공간을 가늠하는 축간거리는 2729mm를 확보했다. 작은 크기에도 실내공간은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맞먹는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 A220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220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내도 벤츠 특유의 감성을 녹이는 동시에 탑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운전석 계기반에는 길게 뻗은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고 터빈 형태 송풍구도 곳곳에 위치했다. 넉넉한 팔걸이 공간은 두 명이 동시에 팔을 걸쳐도 될 정도로 여유를 갖췄다.

뒷좌석은 헤드룸 공간을 만들어 머리가 닿는 불편을 없앴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이 정자세로 앉으면 무릎에 주먹 하나 정도 공간이 남았다. 트렁크 적재 공간 역시 레저 활동에도 부족하지 않을 370L를 확보했다. 뒷좌석을 접으면 1210L까지 늘어난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자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듯 경쾌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더 뉴 A220에 탑재된 최신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 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이 1430kg인 더 뉴 A220에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 6초대의 동력 성능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급가속을 하는 경우에도 엔진은 조용하게 속도를 올려줬다.
메르세데스-벤츠 A220 뒷좌석에 앉은 모습. 무릎 앞에 주먹 하나 정도 여유가 남는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220 뒷좌석에 앉은 모습. 무릎 앞에 주먹 하나 정도 여유가 남는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도로에 딱 붙어 달리는 것 같은 핸들링 감각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했다. 실내로 들어오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잔잔한 음악이라도 틀어둔다면 소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수준이다.

더 뉴 A220에는 더 뉴 GLE와 동일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도 탑재됐다. "안녕, 벤츠?"라는 말로 작동하는 지능형 음성 컨트롤 시스템은 차량 내 온도 및 조명 조절,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및 받기, 문자 전송 등의 기능들을 자연어 명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각지대 어시스트, 주차를 돕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위급 상황에 제동을 돕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의 첨단 안전 사양도 놓치지 않았다. 대형 고급차에서 느끼던 첨단 기능의 품격을 소형차에서도 누리는 셈이다.

한계도 있다. 최첨단 분위기를 내뿜는 디스플레이에는 정작 내비게이션 기능이 빠져있었다. 벤츠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제외돼 차선을 넘나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아 운전이 쉬운 소형차를 찾는다면 부담이 될 부분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과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려면 커넥트 패키지를 추가해야 하고, 벤츠의 감성을 느끼려면 프로그레시브 패키지를 추가해야 하는 등 수입차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옵션'을 더해야 했다.

더 뉴 A220의 가격은 3830만원으로, 옵션 패키지를 추가하면 4000만원을 넘어간다. 운전의 재미와 첨단 기능이라는 품격을 동시에 만족하지만 일부 기능이 빠진 상태로 국산 준대형 세단에 맞먹는 가격은 감수해야 할 부담으로 남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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