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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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 측이 내부 결속을 다지며 반격에 나섰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14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현 경영진의 편에 섰다. 앞서 지지 선언을 한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조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3자 연합’의 주주제안과 관련해 "3자 동맹(연합) 낙하산 허수아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3자 동맹이 허울 좋은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다"며 "(이사 후보군이)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에 주주제안 형태로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8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 4명을 제시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노조는 3자 연합에 대해 "허울 좋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자본과 아직 자숙하며 깊이 반성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노조는 회사와 함께 소통하고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재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대한항공 2만 노동자들이 지난 2년간 주주들의 걱정과 국민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 들여 노동자와 관리자, 하청과 원청기업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기업 문화를 차곡차곡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멀쩡한 회사를 망치도록 놓아두지 않으려는 노조의 의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2일 조 전무는 한진그룹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경영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폐 질환으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사업의 일환인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후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한 것이다. 선친 추모사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외부세력의 공세에 맞선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재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자료=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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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구성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한진칼 경영진과 KCGI 양측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소수 주주를 상대로 양측이 한진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계획,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발표한 토론 제안문에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는 주주와 임직원은 물론 우리 국민 전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가족 간의 다툼으로만 비춰져 우려되는 만큼 한진그룹과 KCGI 양측에 소수주주를 상대로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해당포럼에는 KCGI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반(反) 조원태 연합군'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간 경쟁으로 확전됐다. 양측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양측은 확보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적은 표 차이로도 의결권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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