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면 땅 100평 드립니다"…한컴의 '인재확보' 튀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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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보상체계
우수 성과자·장기 근속자 110명
회사소유 경기도 가평 토지 받아
우수 성과자·장기 근속자 110명
회사소유 경기도 가평 토지 받아
국내 대표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만든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직원 100여 명은 경기 가평에 땅을 갖고 있다. 뜻이 맞는 직원들이 이 지역의 토지를 잇따라 사들인 것이 아니다. 회사가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 격려 차원에서 나눠준 토지다. 지금까지 110명이 땅을 받았다.
우수 직원에게 땅 나눠줘
한컴은 남다른 방식으로 직원을 챙기는 회사로 유명하다. 성과를 낸 인재에게 파격적인 승진과 보상을 안기는 데서 한발 나아가 뼛속까지 ‘한컴 DNA’를 심어주기 위해 힘쓴다. ‘한컴=내 회사’란 인식이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춘다고 본 것이다. 땅을 보상으로 내건 배경이기도 하다.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지난해 회사가 선정한 우수 직원 10명에게 가평 지역 토지를 330.58㎡(100평)씩 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땅의 가치는 현 시세로 300만~4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은 2017년부터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와 우수 성과자에게 회사가 보유한 토지를 나눠줬다. 한컴이 연구시설 건립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보한 부지 중 일부를 따로 떼어 ‘상품’으로 내건 셈이다.
IT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에서도 직원에게 땅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한컴은 지금까지 직원 110명에게 총 3만6363.8㎡(1만1000평)의 땅을 나눠줬다. 전체 직원(계열사 포함) 1000여 명 중 10%가량이 혜택을 받았다. 앞으로 나눠 줄 땅도 2만9752㎡(9000평) 마련돼 있다. 90명의 땅 주인이 새로 나올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컴이 토지를 직원에게 제공하는 것은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평소 주위에 “보상을 돈으로 주면 쉽게 써버릴 수 있다”며 “직원들과 같은 땅을 함께 소유하면 공동체 의식이 더욱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한컴은 해당 지역에 타운하우스를 건립하는 등 직원들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 계획이 확정돼 땅값이 오르면 직원들이 얻는 금전적인 이익도 커질 전망이다. 직원들은 이 땅을 ‘보험’으로 생각한다. 보상으로 받은 땅을 판 직원은 아직 없다.
한컴의 인사 제도 역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초고속으로 승진시킨다. 정기인사 때는 물론 필요하다면 비정기적으로 특별 승진을 단행한다. 한컴의 첫 여성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오순영 전무(42)가 대표적이다.
오 전무는 2004년 한컴에 입사해 핵심 제품인 한컴오피스의 고도화를 이끌었다. 태블릿 PC용 한컴오피스 제품 개발에 참여해 PC에만 머무르던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데 기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호환성을 높인 한컴오피스 네오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이사로 승진해 처음으로 임원이 됐다. 이듬해에는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에는 CTO를 맡으면서 전무가 됐다. 그는 한컴이 중국 IT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과 손잡고 세운 인공지능(AI) 분야 합작법인 아큐플라이AI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쉽게 보기 힘든 초고속 승진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이사에서 상무 승진은 빠르면 2년, 상무에서 전무 승진은 3년 이상 걸린다.
인재는 초고속 승진
한컴의 파격 인사는 올해도 이어졌다. 상무 직급 임원 두 명을 자회사 대표로 임명했다. 지난달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하면서 자회사 한컴MDS의 컨버전스 사업부문 사장에 전동욱 전 한컴MDS 상무를 임명했다. 이노베이션 사업부문 사장은 이창열 전 한컴MDS 상무가 맡았다. 한컴라이프케어에서는 박승환 부장이 이사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특별 승진했다. 2018년 입사한 신입사원 2명은 입사 13개월 만에 대리로 승진하기도 했다.
토지 보상과 특별 승진 제도에는 김상철 한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IT산업에선 인재가 가장 중요하고,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2010년 한컴을 인수한 이후 9년 동안 총 92회의 특별 승진을 실시했다. 지난해부터는 김 회장이 주도해 신입사원 공채에 특성화고 졸업생을 포함시켰다. 최종 입사 면접에서 특성화고 출신이 대졸 지원자를 따돌리기도 했다.
한컴은 주거 환경이 불안정한 신입사원들에게 기숙사도 제공하고 있다. 걸어서 출근이 가능한 지역에 109㎡(33평) 규모의 아파트 다섯 채를 마련했다. 한 곳에 다섯 명이 거주한다. 1인당 월 10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고 있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가족 동반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복지 혜택 중 하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해외 워크숍은 본부별로 직원들이 원하는 곳에서 열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우수 직원에게 땅 나눠줘
한컴은 남다른 방식으로 직원을 챙기는 회사로 유명하다. 성과를 낸 인재에게 파격적인 승진과 보상을 안기는 데서 한발 나아가 뼛속까지 ‘한컴 DNA’를 심어주기 위해 힘쓴다. ‘한컴=내 회사’란 인식이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춘다고 본 것이다. 땅을 보상으로 내건 배경이기도 하다.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지난해 회사가 선정한 우수 직원 10명에게 가평 지역 토지를 330.58㎡(100평)씩 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땅의 가치는 현 시세로 300만~4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은 2017년부터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와 우수 성과자에게 회사가 보유한 토지를 나눠줬다. 한컴이 연구시설 건립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보한 부지 중 일부를 따로 떼어 ‘상품’으로 내건 셈이다.
IT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에서도 직원에게 땅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한컴은 지금까지 직원 110명에게 총 3만6363.8㎡(1만1000평)의 땅을 나눠줬다. 전체 직원(계열사 포함) 1000여 명 중 10%가량이 혜택을 받았다. 앞으로 나눠 줄 땅도 2만9752㎡(9000평) 마련돼 있다. 90명의 땅 주인이 새로 나올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컴이 토지를 직원에게 제공하는 것은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평소 주위에 “보상을 돈으로 주면 쉽게 써버릴 수 있다”며 “직원들과 같은 땅을 함께 소유하면 공동체 의식이 더욱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한컴은 해당 지역에 타운하우스를 건립하는 등 직원들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 계획이 확정돼 땅값이 오르면 직원들이 얻는 금전적인 이익도 커질 전망이다. 직원들은 이 땅을 ‘보험’으로 생각한다. 보상으로 받은 땅을 판 직원은 아직 없다.
한컴의 인사 제도 역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초고속으로 승진시킨다. 정기인사 때는 물론 필요하다면 비정기적으로 특별 승진을 단행한다. 한컴의 첫 여성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오순영 전무(42)가 대표적이다.
오 전무는 2004년 한컴에 입사해 핵심 제품인 한컴오피스의 고도화를 이끌었다. 태블릿 PC용 한컴오피스 제품 개발에 참여해 PC에만 머무르던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데 기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호환성을 높인 한컴오피스 네오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이사로 승진해 처음으로 임원이 됐다. 이듬해에는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에는 CTO를 맡으면서 전무가 됐다. 그는 한컴이 중국 IT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과 손잡고 세운 인공지능(AI) 분야 합작법인 아큐플라이AI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쉽게 보기 힘든 초고속 승진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이사에서 상무 승진은 빠르면 2년, 상무에서 전무 승진은 3년 이상 걸린다.
인재는 초고속 승진
한컴의 파격 인사는 올해도 이어졌다. 상무 직급 임원 두 명을 자회사 대표로 임명했다. 지난달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하면서 자회사 한컴MDS의 컨버전스 사업부문 사장에 전동욱 전 한컴MDS 상무를 임명했다. 이노베이션 사업부문 사장은 이창열 전 한컴MDS 상무가 맡았다. 한컴라이프케어에서는 박승환 부장이 이사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특별 승진했다. 2018년 입사한 신입사원 2명은 입사 13개월 만에 대리로 승진하기도 했다.
토지 보상과 특별 승진 제도에는 김상철 한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IT산업에선 인재가 가장 중요하고,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2010년 한컴을 인수한 이후 9년 동안 총 92회의 특별 승진을 실시했다. 지난해부터는 김 회장이 주도해 신입사원 공채에 특성화고 졸업생을 포함시켰다. 최종 입사 면접에서 특성화고 출신이 대졸 지원자를 따돌리기도 했다.
한컴은 주거 환경이 불안정한 신입사원들에게 기숙사도 제공하고 있다. 걸어서 출근이 가능한 지역에 109㎡(33평) 규모의 아파트 다섯 채를 마련했다. 한 곳에 다섯 명이 거주한다. 1인당 월 10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고 있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가족 동반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복지 혜택 중 하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해외 워크숍은 본부별로 직원들이 원하는 곳에서 열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