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부동산 정책 기대감도 높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는 등 일산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악재가 많다 보니 단순히 규제받지 않는다는 재료만으로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고가 거래되는 단지 '속속' 등장
15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10일 기준) 일산신도시가 포함된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의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번주 집값은 전주 대비 0.07% 뛰면서 지난주(0.03%)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늘었다. 일산동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이 지역 아파트가격은 평균 1.38% 올랐다. 일산서구 역시 14주째(1.25%)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말 발표된 3기 신도시 여파로 지난 1년간 조정 받았던 일산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 규제 완화 조치 직후 회복세를 내비쳤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면 해제돼 분양권 전매제한(6개월), 담보인정비율(LTV) 60% 제한,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를 받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12·16 대책 이후엔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서울 내 고가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규제가 적으면서 9억원 미만 주택이 많은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수요를 키우면서 일산까지 '풍선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일산에선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마두동 '강촌마을3단지' 전용 135㎡ 아파트는 이달 초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두 달 전 5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된 단지로 그 사이 가격이 1억원 넘게 뛰었다. 식사동 '위시티일산자이4단지' 전용 132㎡도 지난달 말 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5월(5억원) 이후 약 반 년만에 7000만원 올랐다. 식사동 A공인 대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거래 문의가 활발해졌다"며 "대곡~소사 복선전철(서해선) 연장·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 사업 등 교통 호재가 있는 단지들은 외지인 투자자들이 한번에 몇 채씩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권이 바뀌면 집 값 오르지 않겠냐"
4·15 총선을 앞두고 집값 오름세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산은 동구의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서구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현역 의원들이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되면서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부동산 문제가 지역구 주요 현안인 지역인 만큼 후보들 사이에선 '집값 띄우기'가 핵심 공약으로 부상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일산서구 출마를 선언하며 ‘창릉 신도시 개발계획 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당에선 이동환 연세대 겸임교수(동구), 최성권 전 시의원(동구), 이호련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기획관리본부장(서구), 나도은 전 한국당 부대변인(서구) 등이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에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산서구 주민 박모 씨(40)는 "일산이랑 함께 1기 신도시로 지정된 분당이 작년에 몇 억씩 오를 때 일산 집 값은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씩 떨어지면서 이젠 분당과 일산의 가격 차이가 2배를 넘는다"며 "주변에서 집값 올려 줄 공약을 들고 나오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마두동의 K공인중개사는 "명색이 현직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데 창릉신도시 등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일산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국당이 3기 신도시 건설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던데 정권이 바뀌면 집 값도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일산 집값 반등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에 따른 일시적 투자 수요와 총선에서 나올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일 수 있지만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 되면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산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 창릉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장기적 상승은 기대할 만한 요인은 크게 없다"며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매수세가 계속 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