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천㎞ 흘러왔나…"편지 주인공 찾고 싶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에서 페트병에 든 인도네시아어 편지가 16년 만에 발견됐다.

캐나다 해상 페트병에 16년 전 날짜 '인니어 편지'
15일 밴쿠버커리어 등 캐나다 매체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림비아대학교 학생 니키 사다트와 동료들은 작년 8월 퀸샬럿 제도 인근 해상에서 보트를 타고 해초를 수확하다가 페트병을 발견했다.

쓰레기인 줄 알고 건져 올린 페트병 속에는 빛바랜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배에 탄 누구도 내용을 해석할 수 없었지만 편지 마지막에 적힌 요리스 나이캄보(Yoris Naikambo)라는 이름과 2003년 11월이란 날짜는 알아볼 수 있었다.

사다트는 편지의 사진을 찍어 집으로 돌아왔고 방학이 끝난 뒤 대학교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편지에 적힌 문자가 인도네시아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내용을 번역했다.

캐나다 해상 페트병에 16년 전 날짜 '인니어 편지'
편지에는 "엄마, 최선의 충고임에도 엄마 말을 듣지 않은 저를 용서해주세요.

엄마, 당신의 일을 부끄러워한 저를 용서해주세요.

엄마는 나를 먹여 살리려고 모든 일을 했잖아요.

엄마는 고마운 줄 모르는, 이 오만한 아들에게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사다트는 "편지 내용을 알고 난 뒤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지 생각했다"며 "우리는 어릴 적에 이기적이었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부모님이 얼마나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셨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해상 페트병에 16년 전 날짜 '인니어 편지'
사다트는 인터넷에서 '요리스 나이캄보'라는 이름을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며 현지 언론사에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밴쿠버의 인도네시아 문화단체 관계자는 편지를 읽어보고 "요리스는 남자 이름이고, 편지에서 엄마를 칭할 때 '이부'(ibu)가 아니라 '마마'(mama)라고 적은 것을 보면 기독교인일 것 같다"며 "해외에서 선원으로 일하며 편지를 페트병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카렌 코펠드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 바다에 던진 페트병이 조류에 떠밀려 캐나다 해상까지 운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캐나다 서해안까지는 약 1만1천㎞ 떨어져 있다.

사다트는 편지의 주인공을 꼭 찾고 싶다며 인도네시아 언론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