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재 15종인 친환경차를 4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종류별로는 하이브리드 13종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을 내놓는다. 특히 전기차는 내년 초 전용모델을 출시한다. 새로운 전기차 골격 개발체계를 도입해 2024년 출시 차종에 최초로 적용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차량 전동화에만 3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앞으로 다가올 탈(脫)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전체 사업 투자 규모도 대폭 늘린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투자액이 45조3000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9조600억원 수준이다. 지난 5년(2014~2018년)간 연평균 투자액(약 5조7000억원)보다 58.9% 늘어난 규모다. 기아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R&D) 등에 29조원을 쏟아붓는다. 연평균 5조원 안팎 규모다.
기술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영국의 상용 전기차 업체 어라이벌에 1290억원을 전략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높여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지난달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투자 및 전기차 공동 개발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계약식에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과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어라이벌은 밴, 버스 등 상용 전기차 개발 전문기업이다. 2015년 설립돼 영국, 미국,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다양한 차체를 올리면 여러 차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원가 절감 효과가 크고 차량 개발 기간이 단축된다.
지난해엔 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차는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시장에도 진출한다. 글로벌 차량공유 기업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해 글로벌 UA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와 우버는 지난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 현대차 부스에서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우버와 UAM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차와 우버는 CES에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도 공동 개발해 선보였다. 이번 협력 계약을 계기로 현대차는 PAV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PAV의 이착륙장 콘셉트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PAV 콘셉트 S-A1의 길이는 10.7m, 좌우 폭은 15m다. 조종사를 포함해 모두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때문에 활주로 없이도 날 수 있다.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해 최대 100㎞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속력은 시속 290㎞다.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승·하차하는 5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자율비행이 가능한 PAV도 개발할 계획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