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16일 오후 3시59분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오너 일가가 가진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신주로 바꿔 단숨에 후대 경영인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조만간 이 같은 지주사 전환 관련 세제 혜택이 대폭 축소되는 것을 고려하면 ‘막차’를 타려는 기업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마켓인사이트] 중견기업, 속속 '지주사 전환' 막차 탄다
지주 전환 위한 인적분할 잇따라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업체인 대덕전자는 지난 14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회사 (주)대덕과 사업회사 대덕전자로 인적분할한다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오는 5월 1일 0.37((주)대덕) 대 0.63(대덕전자)의 비율로 회사를 쪼갤 계획이다. 분할이 마무리되면 최대주주인 김영재 사장(12.98%)과 특수관계인은 (주)대덕과 대덕전자 지분을 17.66%(보통주 기준)씩 보유한다. 분할 이후 (주)대덕과 대덕전자 모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인적분할이 끝나는 대로 (주)대덕이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덕전자를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대덕이 오너 일가에 신주를 발행하는 대가로 오너 일가가 가진 대덕전자 주식을 받는 식이다. 이를 통해 김 사장은 (주)대덕 지분율을 높여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탄탄히 다질 전망이다. 현재 김 사장의 대덕전자 지분율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12.33%)보다 0.65%포인트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대덕전자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와이솔을 비롯해 위매스, 엠플러스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닭고기 업체 마니커를 자회사로 둔 이지바이오도 대덕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인적분할에 나선다. 태영건설(6월)과 솔브레인(7월) 등도 같은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꿀 예정이다. 이들 기업 역시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승계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세제 혜택 일몰 전 막차를 타라”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지주회사 전환에 뛰어드는 것은 큰 비용 없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CJ그룹이나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일부 대기업은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신형우선주 발행 등 새로운 승계 방법을 꺼내고 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단기간에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을 더 매력적인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에선 조만간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견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특례를 2022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 뒤부터는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려는 기업의 주주는 이 과정에서 얻는 차익에 대한 세금을 4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납부해야 한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비용 대비 효과로 보면 지주회사 전환은 여전히 매력적인 승계 방식”이라며 “지주회사에 대한 각종 규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중견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