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손 들어준 美ITC…SK이노에 '조기패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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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올 하반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TC는 지난 14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결정하고 양사에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이 제기한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요청을 ITC가 받아들인 것이다. 판결문은 추후 공개된다.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소송을 제기한 지 10개월 만에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SK이노, 소송 끌다간 美 배터리 사업 위기…LG화학과 합의 나선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을 끌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전의 첫 결과가 LG화학에 유리하게 나와 나머지 소송에도 이 같은 결정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이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포함해 총 6건이다.
업계에선 “이번 ITC 결정이 다른 소송에서도 판결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ITC가 올 하반기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SK이노베이션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ITC “LG화학 주장 인정”
ITC가 지난 14일 양사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통보한 것은 지난해 11월 LG화학이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결과다.
LG화학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 등으로 법정을 모독했고 ITC의 포렌식(디지털 정보 복구 행위) 명령도 어겼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도 LG화학의 요청에 찬성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ITC는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가 예비 결정을 내리면서 다음달 진행될 예정이던 청문절차 등도 생략된다. 10월 5일로 잡힌 ITC의 최종 결정만 남게 됐다. 다만 최종 결정도 예비 결정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년간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사례를 보면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조기 패소 결정 포함)에 대해 ITC 위원회도 같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SK이노, 미국 사업 철수할 수도
ITC가 이번 결정을 근거로 10월께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최종 결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상당 부분 타격을 입게 된다.
우선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는 근거가 남아 글로벌 자동차회사로부터의 수주에 악영향을 받는다. ITC 판결을 근거로 델라웨어 연방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도 물어야 한다.
특히 ITC의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면 LG화학이 요청한 대로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 등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조원을 더 투자할 계획인데,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는 단순히 사람만 빼간 게 아니라 이들을 통해 공장 배치도를 비롯해 원자재 혼합비율·조달 방법 등 영업기밀도 가져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사 “대화의 문 열려 있어”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LG화학과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는 16일 입장문에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SK이노베이션)라거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LG화학)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판결 전에도 LG화학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 왔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합의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LG화학도 세계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은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및 한국 1위인 현대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최근엔 테슬라와 대규모 배터리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배터리산업을 보호하려는 한국 정부와 SK이노베이션이 투자를 중단할 경우 조지아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국 정부가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양측을 잘 아는 관계자는 “LG화학의 이번 소송전은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기 위한 게 목적”이라며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받을 수만 있다면 해결 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LG화학은 2011년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4년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한 적이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ITC는 지난 14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결정하고 양사에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이 제기한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요청을 ITC가 받아들인 것이다. 판결문은 추후 공개된다.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소송을 제기한 지 10개월 만에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SK이노, 소송 끌다간 美 배터리 사업 위기…LG화학과 합의 나선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을 끌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전의 첫 결과가 LG화학에 유리하게 나와 나머지 소송에도 이 같은 결정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이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포함해 총 6건이다.
업계에선 “이번 ITC 결정이 다른 소송에서도 판결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ITC가 올 하반기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SK이노베이션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ITC “LG화학 주장 인정”
ITC가 지난 14일 양사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통보한 것은 지난해 11월 LG화학이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결과다.
LG화학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 등으로 법정을 모독했고 ITC의 포렌식(디지털 정보 복구 행위) 명령도 어겼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도 LG화학의 요청에 찬성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ITC는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가 예비 결정을 내리면서 다음달 진행될 예정이던 청문절차 등도 생략된다. 10월 5일로 잡힌 ITC의 최종 결정만 남게 됐다. 다만 최종 결정도 예비 결정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년간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사례를 보면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조기 패소 결정 포함)에 대해 ITC 위원회도 같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SK이노, 미국 사업 철수할 수도
ITC가 이번 결정을 근거로 10월께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최종 결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상당 부분 타격을 입게 된다.
우선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는 근거가 남아 글로벌 자동차회사로부터의 수주에 악영향을 받는다. ITC 판결을 근거로 델라웨어 연방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도 물어야 한다.
특히 ITC의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면 LG화학이 요청한 대로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 등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조원을 더 투자할 계획인데,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는 단순히 사람만 빼간 게 아니라 이들을 통해 공장 배치도를 비롯해 원자재 혼합비율·조달 방법 등 영업기밀도 가져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사 “대화의 문 열려 있어”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LG화학과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는 16일 입장문에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SK이노베이션)라거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LG화학)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판결 전에도 LG화학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 왔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합의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LG화학도 세계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은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및 한국 1위인 현대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최근엔 테슬라와 대규모 배터리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배터리산업을 보호하려는 한국 정부와 SK이노베이션이 투자를 중단할 경우 조지아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국 정부가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양측을 잘 아는 관계자는 “LG화학의 이번 소송전은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기 위한 게 목적”이라며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받을 수만 있다면 해결 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LG화학은 2011년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4년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한 적이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