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테제베(TGV) 제조사인 프랑스 알스톰이 캐나다 항공기·열차 제조업체 봉바르디에의 열차 부문을 인수한다. 경쟁사인 중국 중궈중처(CRRC)에 맞선 몸집 불리기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봉바르디에 최대주주인 캐나다 퀘벡연금과 알스톰이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2800억원)다.

WSJ는 이번 합병에 대해 “CRRC에 대항하기 위해 알스톰이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알스톰의 열차 부문은 유럽 시장점유율 1위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점유율 7% 수준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70%인 CRRC에 크게 뒤지고 있다. 알스톰은 CRRC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회사 몸집을 키우려 하고 있다.

알스톰은 2017년부터 독일 지멘스와 열차 부문 합병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을 거부해 무산됐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유럽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 지배적 기업이 돼 유럽 내 고속철도 사업의 조달 비용 상승과 중소업체 파산이 우려돼서였다.

알스톰은 이번에도 EU 집행위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봉바르디에는 캐나다 기업이지만 열차 부문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있다. WSJ는 “EU가 양사 합병에 동의해도 지멘스가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똑같이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와의 합병을 EU가 결렬시킨 것과 관련해 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영국이 1000억파운드(약 154조원)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중국철도건설공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