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크림리조토, 쉬림프 로제파스타, 볼로네제 라자냐….

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다. 요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식사 메뉴다. 카페는 이제 단순한 만남의 장소라기보다 업무와 공부, 휴식 등을 위한 공간이 됐다. 머무는 시간이 늘고 카페 수가 증가하면서 카페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카페는 물론 디저트 브랜드까지 ‘한 끼’가 되는 메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빙수 브랜드 설빙은 17일 전국 10개 지점에서 ‘눈꽃볶음밥’ ‘짜장게티’ ‘로제 파스타’ 등과 같은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페, 이젠 밥 먹으러 간다…주52시간에 '카밥족' 증가
오피스 상권의 점심을 공략

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카밥족’은 지난해 크게 늘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확산되면서 카페에서 식사한 뒤 일을 하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려는 사람들이 카페로 몰렸다. 그동안 ‘모닝세트’를 주로 판매하던 카페는 아침은 물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잘 판매되는 메뉴를 대거 내놨다. 이들 식사 메뉴가 카페엔 고객 1인당 구매 단가를 높여주는 효자 상품이 됐다.

카페 메뉴를 가장 앞서 선보인 건 할리스커피다. 카페에서 오래 머무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2017년 ‘할리스 플레이트’라는 이름으로 밥 메뉴인 그라탕과 리조또, 라자냐 등을 선보였다. 식사 메뉴에 음료를 함께 마셔도 1만원 안팎이어서 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혼밥족’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할리스커피의 지난해 음료 외 사이드 메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이 시장을 키웠다. ‘밀박스’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하루종일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파스타와 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된 밀박스 5종과 샐러드가 중심이 된 밀박스 5종 등 10종은 지금까지 2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밀박스 주요 소비층은 20~30대로 오피스 상권에서 유독 많이 팔렸다”며 “전체 매출의 30%가 광화문, 강남역, 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아침 시간대(26%)보다는 점심 시간대(30%)에 많이 판매됐다. 저녁 시간대 판매 비중도 18%에 달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스쿠찌는 이탈리아 정통 커피 브랜드에 걸맞은 델리 메뉴를 앞세웠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갓 만든 포카챠 빵에 각종 토핑을 얹어먹는 포카챠와 따뜻하게 데워먹는 샌드위치인 파니니 등은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 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 이젠 밥 먹으러 간다…주52시간에 '카밥족' 증가
조리 쉽고 냄새 적은 메뉴 인기

카페에서 판매하는 식사 메뉴는 매장 내 조리가 쉽고 빨라야 한다. 또 ‘커피 냄새보다 음식 냄새가 더 강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음료만 마시는 다른 소비자로부터 불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카페의 식사 메뉴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센 불에서 조리해야 하는 아시아 음식보다 파스타, 샌드위치 등 유럽식 먹거리 비중이 높다. 소형 오븐, 전자레인지에 5~10분 정도만 조리하면 완성할 수 있도록 간편식(HMR) 형태로 매장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처럼 머그컵에 담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수프 메뉴도 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컵수프와 옥수수 라떼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대체할 만한 메뉴를 내놨다. 스타벅스도 지난해 말부터 트러플 머쉬룸 수프를 비스킷에 찍어 먹는 신메뉴를 내놓는 등 간단한 식사 메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