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미국 내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LG화학의 승리로 기울면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성장성이 훼손됐다”는 평가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1000원(0.73%) 떨어진 13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장 초반 6%대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ITC가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 패소를 확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등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 측과 LG화학이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소송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 중인 조지아 배터리 1공장의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며 “소송 결과는 글로벌 전기차용 2차전지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과의 합의나 소송 진행에 필요한 비용도 실적을 깎아먹는 일회성 비용으로 꼽히고 있다.

실적이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매출 성장분은 대부분 유럽 헝가리 공장 가동에 따른 영향”이라며 “소송 패소에 따른 결과가 단기 실적에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이 경쟁사 대비 저평가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전지부문 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기업 가치 손상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