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처음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기는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 만이다.

17일 일본 고교(興行)통신 등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 이틀간(15~16일) 전국 276개 상영관에서 3억7천만엔(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매출액은 24억9천만엔(약 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5년·30억엔), '외출'(2005년·27억5천만엔)에 이어 흥행 순위 3위에 해당한다.

지난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2위는 '1917'이 차지했고, 3위는 일본 멜로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4위는 일본 공포 영화 '하울링 빌리지'였다.

지난해 12월 27일 선보인 '기생충'은 개봉 초기 흥행 5위를 기록했으나, 이달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뒤 '1917'과 일본 영화들을 제치고 결국 정상을 차지했다.

일본 배급사 측은 "5위로 출발한 한국 영화가 역주행 흥행에 성공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는 2000년 개봉한 '쉬리'(18억엔)로 주목받기 시작한 뒤 '공동경비구역 JSA'(2001년·11억6천만엔)가 10억엔 이상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한류 붐이 일면서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15억엔)를 비롯해 전지현 주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년·20억엔), 정우성·손예진이 호흡을 맞춘 '내 머릿속의 지우개', 배용준·손예진이 주연한 '외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한류 붐이 식기 시작하면서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국내 영화계는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다시 일본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유력 일간지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 13일 '기생충'을 극찬하는 사설을 실으면서 "최근 들어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메시지가 강한 영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작품이 흥행하는 일본에선 사회성 높은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생충의 쾌거는 일본 영화계의 등을 밀어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도 지난 주말 550만달러(약 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주말보다 234%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지금까지 북미에서 거둔 수입은 4천400만달러(521억원)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