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손실이 기준가에 본격 반영되면서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라임에 약 6700억원을 대준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증권사들은 도의적 차원에서 라임에 부과할 연 10%대 이자는 탕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대출 원금은 배임 이슈 등을 이유로 예정대로 회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라임 TRS 증권사 "이자 포기해도 대출원금 탕감 못한다"
TRS 증권사 “이자 포기는 가능”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라임자산운용에 TRS 대출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대출 원금에 대한 이자(사용료)는 물론 향후 발생할 지연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쪽으로 계약 변경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라임펀드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해 TRS 증권사에 원리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경우 통상 이자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지연이자를 내게 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 등에 근거해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TRS 대출 이자율은 연 3% 안팎이다. 여기에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펀드 손실 규모가 커져 TRS 증권사에 원리금 등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지연이자를 부담한다. 지연이자율이 통상 이자율의 2~3배인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펀드 손실로 원리금 지급 불능 상태에 놓인 운용사가 부담하는 이자율은 연 10% 수준으로 껑충 뛴다.

앞서 라임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펀드 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고 돈을 추가로 빌려 전환사채(CB) 등 자산에 투자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母)펀드는 신한금투(약 5000억원), KB증권(1000억원), 한투증권(700억원) 등과 총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다.

라임의 TRS 대출금은 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상각하고 남은 돈을 얼마나 회수할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 변수로 꼽힌다. TRS 증권사는 계약상 일반 투자자에 앞서 펀드 청산 시 우선 변제권을 갖고 있는 1순위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라임이 지난 14일 내놓은 실사 결과에 따르면 KB증권에서 판매한 라임 AI 스타 시리즈 3개 펀드(472억원)는 TRS 대출금 투자비율이 100%였다는 이유로 전액 손실 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부터 TRS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계약상 당연히 전액 회수하기로 돼 있는 TRS 대출 원금을 탕감해줄 경우 법률상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금감원도 TRS 증권사에 원금 탕감 등 고통 분담 요구는 더 이상 무리라고 판단해 최근 계약 변경을 통해 지연이자 등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TRS 증권사들이 연 10%에 이르는 각종 이자를 받지 않을 경우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돌아갈 돈은 67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펀드별로 TRS 투자비율이 각기 다른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각 투자자별 회수액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TRS 논란 잠재울 수 있을까

하지만 당국 안팎에서는 TRS 증권사들이 이자를 탕감하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여부를 두고 TRS 계약의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당국 조사 과정에서 TRS 계약을 둘러싼 라임과 증권사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부서 사이 검은 거래 등 정황이 드러날 경우 증권사들이 무턱대고 원금 회수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와 판매사들이 “애초 TRS 대출 존재 여부를 몰랐다”며 격렬히 반발하는 점도 부담이다. 고객 중 TRS 자펀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신증권은 최근 TRS 증권사를 대상으로 자금을 먼저 빼내가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데 이어 TRS 대출금에 대한 가압류·가처분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지속될 경우 평판 손상을 의식한 은행계 지주사들이 소속 증권사에 태도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라임운용은 이날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기준가를 조정하고 이 2개 모펀드와 자산이 중복되는 자펀드 기준가를 1차로 조정하는 전산 처리를 끝냈다. 이에 따라 변경된 자펀드들의 기준가는 각 펀드 판매사에서 확인해 고객 계좌에 반영했다. 펀드 기준가 조정과 전산 입력은 오는 21일까지 이뤄진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