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바닷길 '코로나 암초'에 사실상 마비…'침몰 위기' 몰린 해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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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물동량 절반 '뚝'
해운운임 4년 만에 최저
中항만 가동률 20% 불과
부산신항 '텅빈 배'만 들어와
운임 급락·결항 속출에
팬오션·고려해운 등 벼랑끝 내몰려
해운운임 4년 만에 최저
中항만 가동률 20% 불과
부산신항 '텅빈 배'만 들어와
운임 급락·결항 속출에
팬오션·고려해운 등 벼랑끝 내몰려

지난 14일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신항. 컨테이너로 가득차야 할 갑판이 텅 빈 채 ‘플로리다 베이호’가 들어왔다. 인도네시아를 출발해 중국 닝보항을 거쳐 입항한 컨테이너선이었다. 이 배는 중국에서 물건을 제대로 싣지 못해 적재량의 3분의 1인 4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만 채우고 부산신항에 도착했다. 중국 항만이 사실상 마비된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에 컨테이너선을 띄우는 해운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컨테이너선은 물론 벌크선·유조선 모두 물동량이 급감하고 운임이 하락한 탓이다.
13일에는 초대형 화물선 운임을 반영하는 BDI케이프사이즈 지수가 1999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추락하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코로나19로 멈춰서면서 철광석, 원유, 곡물 등 원자재 수송이 급감한 영향이다.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하파그로이드(독일) 등 글로벌 ‘빅3’ 해운사들은 중국을 오가는 선박 수를 줄이고 있다. 프랑스의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올해 1분기(1~3월) 유럽~아시아 항로의 운항 횟수가 지난해 1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화물이 없어 부산신항 접안을 취소하는 선박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재헌 현대상선 부산지역본부장은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났지만 중국 항만의 가동률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일부 중국 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공장에서 항구까지 컨테이너를 옮길 트럭들이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해운업체들도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현대상선의 중국 물류 비중은 50%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올해 ‘10년 만의 적자 탈출’을 목표로 세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벌크선을 운영하는 팬오션, 연근해 컨테이너 선사인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등도 충격파를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덴마크의 해운전문 컨설팅 업체인 시인텔리전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약 35만 개 줄어들며 세계 해운업계가 매주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운업계에 6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다”며 “중소형 선사들은 파산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알파라이너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 중국 항만물동량이 600만TEU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수출 비중(전체의 27%)이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