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완성한 ‘군상Ⅲ’는 가로 151㎝, 세로 128㎝의 캔버스에 광복을 맞은 사람들의 환희, 감격, 공포, 걱정 등의 감정을 펼친 대표작이다. 동양화적 필선, 안료를 얇게 사용한 기법으로 십수 명의 인물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역동적인 인물의 포즈와 박진감 넘치는 화면 효과로 인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의 혼돈이 공존하던 역사적 상황을 찍어내서인지 그림은 결코 밝지 않다. 멀리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여성과 남성들이 서성인다. 고개를 돌린 채 마차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마부도 등장한다. 하늘에는 햇빛이 사라지고 구름이 몰려온다. 불안의 씨앗이다. 화면 왼쪽에서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응시하는 젊은 여성이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예고하는 듯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