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금천·노원구도 전용 84㎡ 줄줄이 '10억' 찍어
각종 규제에도 "서울 집값 안떨어진다" 심리
◆관악·금천·노원 등…줄줄이 '10억 클럽' 입성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 아파트( 전용 84㎡)의 분양권은 지난달과 이달 초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2월 말 기록했던 신고가(10억원)이 열흘도 안돼 깨졌다. 해당 면적의 분양가(4억4000만원대)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오른 값이다. 현재 매도 호가는 11억~12억원에 형성돼 있다. 관악구 내에서 중형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간 사례는 이 단지가 처음이다.
노원구에서도 10억원에 육박하는 신고가들이 나오고 있다. 학군이 우수하고 학원가가 잘 형성돼 있어 ‘강북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중계동 아파트 가격이 강세다. 이 지역에서 25년차 단지인 ‘중계 청구3차’(전용 84㎡)는 지난달 9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매매가격이 10억원에 코앞까지 왔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낮은 곳이 금천구 아파트도 10억원 안팎까지 가격이 올라왔다. 금천구를 대표하는 아파트인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전용 84㎡)는 지난달 초 9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약 한달 전 8억9500만원에 팔린 것보다 보다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H공인 대표는 “지난해 9월 신안산선 착공 소식이 알려진 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 하고 있다”며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금방금방 나간다”고 전했다.
◆강남발 부동산 광풍, 외곽으로 이동
이처럼 아파트 값이 10억원을 넘은 것은 의미가 크다. 통상 주택 가격 10억원은 고가 아파트로 분류되는 심리적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주택 비과세 한도(9억)를 넘기는 데다 높은 취득세율이 부과된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외곽 지역에서도 전용 84㎡ 이하 아파트가 10억원을 넘김에 따라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노도강, 금관구 지역의 집값 오름폭은 나날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0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부터 34주 연속 상승세다. 12·16 대책 후 현재까지 0.50% 급등했다. 이 기간 강북 아파트값은 더 올랐다. 0.54% 상승했다. 금관구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구로구는 0.70%, 관악구는 0.54%, 금천구는 0.53% 뛰었다. 같은 기간 강남(0.11%)이나 송파(0.12%)의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풍선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집값 상승에 따른 추격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주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서민이 거주하는 아파트값을 띄우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서울 외곽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와의 격차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각종 규제에도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여간 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도 수요자들 사이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외곽 지역은 부동산 상승장 막바지에 오른다는 인식도 있다. 그만큼 가파른 상승세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택을 매입한 실수요자들은 이러한 분석에 ‘막차’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직장인 여모 씨(38)는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를 6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여 씨는 “장차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떨어질 줄 알았던 집값이 더 오르는 추세를 보여서 급하게 계약했다”며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놓치면 평생 서울 입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매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