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신임 CEO, 실적악화 지속에 구원투수 등판한 '30년 IBM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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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신임 CEO
클라우드·AI 집중
'위기탈출' 시동 건다
인도 출신 컴퓨터 전문가
IBM 재도약 이끈다
클라우드·AI 집중
'위기탈출' 시동 건다
인도 출신 컴퓨터 전문가
IBM 재도약 이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내부자 기용’ ‘기술자 출신’ ‘인도계’ 등이 최근 키워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충족시키는 인물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이 추가됐다. 바로 지난달 말 IBM의 신임 CEO로 낙점된 아르빈드 크리슈나다. 인도계인 그는 인도공과대(IIT) 출신으로 1990년부터 약 30년간 IBM에서 근무했다. 크리슈나의 CEO 선임 소식에 지니 로메티 현 IBM CEO는 “새로운 시대에 회사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인도계 CEO 발탁
주요 외신들은 크리슈나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MS, 어도비 등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 기업인 IBM에서도 인도계가 CEO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인도가 미국 IT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슈나는 인도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인도군 장군 출신이며, 어머니는 국가유공자 유가족의 복지를 담당하는 군무원으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학에 관심을 가졌던 크리슈나는 II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에서 일을 시작한 건 그가 28세이던 1990년이다. 입사 후 19년간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보안 등 여러 분야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한 뒤 2009년부터 관리자로 근무했다. 2015년 로메티 CEO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수석부사장에 오른 뒤 IBM의 클라우드 컴퓨팅·인지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총괄했다. 그는 현재 IBM의 신기술 연구소인 IBM리서치 소장도 맡고 있다.
크리슈나는 IBM에서 일하면서 첨단 기술 분야를 배웠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주력하며 AI와 양자컴퓨터 분야도 다뤘다. 크리슈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항상 신기술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며 컴퓨터 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IBM에서 그가 가장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건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레드햇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때다. 레드햇은 세계 최대 오픈소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선두 기업인 아마존 오라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은 지난해 이 기업을 회사 사상 최고액인 340억달러(약 40조4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크리슈나는 로메티 CEO에게 “IBM의 재기를 위해서는 레드햇을 인수하는 게 필수”라고 주장했다.
위기 빠진 IBM의 구원투수 될까
시장은 크리슈나가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IBM은 로메티 CEO 지휘 아래 실적이 계속 나빠졌다. 로메티가 CEO에 오른 2012년 당시 1050억달러(약 125조원) 수준이던 IBM의 글로벌 연매출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에는 770억달러(약 91조630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IBM 주가는 30% 가까이 빠졌다. 같은 기간 MS 주식이 500% 급등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IBM의 추락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아마존 구글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에 빠르게 특화하며 승승장구한 데 반해 IBM은 과거 PC 사업이 호황이던 때를 잊지 못한 채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했다. 로메티 CEO가 뒤늦게 AI 투자 확대로 전략 선회를 시도했지만 이미 다른 기업들에 주도권을 뺏긴 이후였다.
로메티 CEO의 경영 스타일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CEO 개인으로서의 성공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회사 미래를 등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로메티는 각종 포럼 등에 참석해 멋진 말만 쏟아내면서 정작 IBM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에 소홀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가 4월 CEO로 정식 취임하게 되면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IBM의 패인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길을 충분히 빨리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BM이 기술자 출신을 CEO로 올린 건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보다 더 집중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풀이했다.
IBM이 크리슈나를 CEO로 선임한 데 대한 시장 반응은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IBM 주가는 크리슈나의 CEO 선임 소식이 나온 이후 4일 만에 15%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투자자들이 크리슈나가 IBM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여기에 또 한 명이 추가됐다. 바로 지난달 말 IBM의 신임 CEO로 낙점된 아르빈드 크리슈나다. 인도계인 그는 인도공과대(IIT) 출신으로 1990년부터 약 30년간 IBM에서 근무했다. 크리슈나의 CEO 선임 소식에 지니 로메티 현 IBM CEO는 “새로운 시대에 회사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인도계 CEO 발탁
주요 외신들은 크리슈나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MS, 어도비 등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 기업인 IBM에서도 인도계가 CEO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인도가 미국 IT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슈나는 인도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인도군 장군 출신이며, 어머니는 국가유공자 유가족의 복지를 담당하는 군무원으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학에 관심을 가졌던 크리슈나는 II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에서 일을 시작한 건 그가 28세이던 1990년이다. 입사 후 19년간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보안 등 여러 분야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한 뒤 2009년부터 관리자로 근무했다. 2015년 로메티 CEO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수석부사장에 오른 뒤 IBM의 클라우드 컴퓨팅·인지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총괄했다. 그는 현재 IBM의 신기술 연구소인 IBM리서치 소장도 맡고 있다.
크리슈나는 IBM에서 일하면서 첨단 기술 분야를 배웠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주력하며 AI와 양자컴퓨터 분야도 다뤘다. 크리슈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항상 신기술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며 컴퓨터 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IBM에서 그가 가장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건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레드햇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때다. 레드햇은 세계 최대 오픈소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선두 기업인 아마존 오라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은 지난해 이 기업을 회사 사상 최고액인 340억달러(약 40조4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크리슈나는 로메티 CEO에게 “IBM의 재기를 위해서는 레드햇을 인수하는 게 필수”라고 주장했다.
위기 빠진 IBM의 구원투수 될까
시장은 크리슈나가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IBM은 로메티 CEO 지휘 아래 실적이 계속 나빠졌다. 로메티가 CEO에 오른 2012년 당시 1050억달러(약 125조원) 수준이던 IBM의 글로벌 연매출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에는 770억달러(약 91조630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IBM 주가는 30% 가까이 빠졌다. 같은 기간 MS 주식이 500% 급등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IBM의 추락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아마존 구글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에 빠르게 특화하며 승승장구한 데 반해 IBM은 과거 PC 사업이 호황이던 때를 잊지 못한 채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했다. 로메티 CEO가 뒤늦게 AI 투자 확대로 전략 선회를 시도했지만 이미 다른 기업들에 주도권을 뺏긴 이후였다.
로메티 CEO의 경영 스타일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CEO 개인으로서의 성공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회사 미래를 등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로메티는 각종 포럼 등에 참석해 멋진 말만 쏟아내면서 정작 IBM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에 소홀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가 4월 CEO로 정식 취임하게 되면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IBM의 패인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길을 충분히 빨리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BM이 기술자 출신을 CEO로 올린 건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보다 더 집중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풀이했다.
IBM이 크리슈나를 CEO로 선임한 데 대한 시장 반응은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IBM 주가는 크리슈나의 CEO 선임 소식이 나온 이후 4일 만에 15%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투자자들이 크리슈나가 IBM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