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제설작업을 했다면 작년 12월 14일 새벽 경북 군위의 상주-영천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이스를 원인으로 한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사고 당시를 담은 폐쇄회로(CC)TV를 보면 남원 사매2터널 안에서 트럭, 트레일러, 탱크로리 등이 연이어 추돌하는 장면이 생생하다.
이와 관련해 18일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발생 30여분 전인 전날 오전 11시 56분께 사고 구간에 대한 제설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고는 12시 20분을 넘겨 발생했다.
15t 제설차를 이용해 사고 터널에 염수 및 제설제를 살포했다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그러면서 작업이 끝난 구간의 도로는 비가 내린 상황과 유사하며 이런 상태가 1시간가량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눈이나 비로 젖은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감속하고 앞차와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도로공사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시 도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해명이다.
바꿔 말해 도로 결빙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자의 부주의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사고 구간은 결빙 취약구간에 해당하지 않고 전날부터 지속해서 제설작업을 해왔다"며 "도로 살얼음 또는 결빙에 의한 사고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CTV 영상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낮 12시 20분께 미끄러진 트레일러 등 차량 6∼7대가 터널 내 1·2차로에 뒤엉킨 모습이 포착된다.
이들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미끄러져 앞서 멈춘 차량을 들이받거나 터널 내벽과 충돌한다.
도로가 얼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장면이다.
이어 접촉사고를 낸 차량이 바로 비상등을 켜고 뒤따라오는 차들에 사고를 알려보지만, 그 이후로도 차량 2∼3대가 제동 이후 미끄러져 앞선 차량을 들이받는다.
그다음에 뒤따라온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미끄러져 넘어져 순식간에 이들 차량을 덮친다.
이어 큰불로 이어지고 탱크로리에서 질산이 유출되면서 710m의 사매2터널 상행선 구간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버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도로공사의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고 현장 인근 공무원과 목격자들도 "대설특보로 많은 눈이 내려 폭설 영향으로 터널 안 도로가 결빙된 상태에서 탱크로리가 전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터널에 진입하기 전까지 차들에 묻어있던 눈이 터널 안에 떨어져 녹아내리면서 일부 구간이 결빙돼 살얼음 상태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차량 30여대가 잇따라 추돌해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쳤다.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원시청 등과 함께 사고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남은 차량 일부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부상자와 사망자의 유류품 등을 수거했다.
화재 감식을 담당한 소방당국은 불이 난 탱크로리의 발화 패턴을 확인하고 불탄 차량의 파편 등을 확보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며 "아직 원인을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고 합동 감식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