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추천한 8명의 사내·사외이사 후보 중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자진 사퇴했다.

한진그룹 노조가 잇따라 3자 연합을 비난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은 데 이어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가 이탈하면서 3자 연합의 명분 약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자 연합 측은 김 전 상무의 사퇴에 대해 "건강상 사유"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지난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서신을 보내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진칼 대표이사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다.

김 전 상무는 "'칼맨(KALMAN)으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사진=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제공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사진=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제공
김 전 상무는 또한 서신에서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해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에 주주제안 형태로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8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 전 상무를 비롯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 4명을 제시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3자 연합이 "한진그룹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참신성과 청렴성을 겸비했다"는 이사 후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3자 연합에 명분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의 이탈에 대해 "이날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3자 연합은 "김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드리는 과정에서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상무는 대한항공 런던지점장 등을 지냈고, 2006년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으로 이동해 상무와 통제본부장을 역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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