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한도 증액에 나선다. 국민연금공단이 주시하는 대표적 주총 안건 중 하나가 이사의 보수한도라는 점에서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보수한도 증액 이유를 상세히 밝히며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보수한도 33% 인상 추진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다음달 25일 경기 성남시의 회사 R&D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총의 안건 중 하나가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에게 지급하는 보수한도를 종전보다 33.3% 늘린 20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는 150억원, 사내·외 이사 7명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은 109억여원이었다. 한도의 72.7%를 실제 보수로 지급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보수한도 상향 이유로 “2013~2019년 사이 실적과 주가 상승세에 비해 이사 보수 한도의 인상폭이 크지 않았고 인상 횟수 또한 한 번에 그쳤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50개사 중 주가 상승 및 주주가치 제고 실적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성장을 주도할 경영진을 위해 탄력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사내이사 등에게 지급할 보수를 작년보다 인상할 경우, 현재의 보수한도를 꽉 채우거나 심지어 초과할 수 있다는 고민 역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 표심’ 향방 주목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주요 주주인 기관투자가들의 표심 향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엔씨소프트 지분 11.45%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지분율 11.97%)와 근소한 차이가 나는 주요 주주인 데다, 최근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연금은 여러 투자기업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정기·임시 주총에서 이사 및 감사의 보상과 관련한 안건에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졌다. 롯데쇼핑,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의 보수한도 안건에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넷마블(8.88%), 블랙록펀드(7.06%) 등이 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 관심을 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작 게임 리니지2M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런 성과에 경영진이 어느 정도 기여했고 앞으로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따라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