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의결권 자문 800건에 1억 책정…국민연금 '날림 자문' 우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총 앞두고 자문사 선정 돌입
건당 자문료 10만원 꼴
"분석기간 짧아 품질 낮아져"
건당 자문료 10만원 꼴
"분석기간 짧아 품질 낮아져"
▶마켓인사이트 2월 18일 오후 2시26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의결권 분석을 도울 자문사 선정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800여 개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자문료가 건당 10만원꼴로 적고 분석 기간도 짧아 국민연금이 사실상 ‘날림 자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의안 분석 전문기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1년 단위로 경쟁 입찰에 부치는 국내 주식 의안 분석 기관 계약이 지난해 12월 끝나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17일까지 후보 업체들로부터 가격제안서를 받았다. 19일 제안서 평가를 거쳐 20일께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번 자문사 선정 예산으로 1억1700만원을 책정했다. 의안 분석 보고서 800건과 의결권 행사 결과를 분석한 통계를 제공하는 것이 조건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의안 분석 전문기관을 선정해 의결권 행사에 활용해왔다. 2015년 이후 작년까지 KCGS가 자문을 맡아 왔다.
입찰이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쟁 입찰이 진행되다 보니 더 낮은 가격을 쓴 자문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문료가 결국 1억원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가가치세 등을 빼면 자문사가 한 기업에 대한 주총 안건 분석으로 손에 쥐는 돈은 사실상 1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처럼 열악한 처우가 발전 초기 단계인 의결권 자문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의결권 자문 자체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의안을 분석할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자문 품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상근 인력이 40명 수준인 KCGS에서 상장사들의 주총 의안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
한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 일감이 3월에 집중되는 상장사 정기 주총 2주 전 안건들이 공개될 때 몰린다”며 “이 기간 중 1인당 100개 가까운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판단해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문 품질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작년 말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수탁자책임 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KCGS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안 분석 일치율’은 약 90%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작년까지 KCGS의 권고대로 대부분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의결권 자문사 선정은 ‘날림’으로 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업으로선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어떤 분석 틀과 기준을 갖고 안건을 평가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의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의결권 분석을 도울 자문사 선정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800여 개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자문료가 건당 10만원꼴로 적고 분석 기간도 짧아 국민연금이 사실상 ‘날림 자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의안 분석 전문기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1년 단위로 경쟁 입찰에 부치는 국내 주식 의안 분석 기관 계약이 지난해 12월 끝나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17일까지 후보 업체들로부터 가격제안서를 받았다. 19일 제안서 평가를 거쳐 20일께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번 자문사 선정 예산으로 1억1700만원을 책정했다. 의안 분석 보고서 800건과 의결권 행사 결과를 분석한 통계를 제공하는 것이 조건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의안 분석 전문기관을 선정해 의결권 행사에 활용해왔다. 2015년 이후 작년까지 KCGS가 자문을 맡아 왔다.
입찰이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쟁 입찰이 진행되다 보니 더 낮은 가격을 쓴 자문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문료가 결국 1억원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가가치세 등을 빼면 자문사가 한 기업에 대한 주총 안건 분석으로 손에 쥐는 돈은 사실상 1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처럼 열악한 처우가 발전 초기 단계인 의결권 자문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의결권 자문 자체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의안을 분석할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자문 품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상근 인력이 40명 수준인 KCGS에서 상장사들의 주총 의안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
한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 일감이 3월에 집중되는 상장사 정기 주총 2주 전 안건들이 공개될 때 몰린다”며 “이 기간 중 1인당 100개 가까운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판단해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문 품질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작년 말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수탁자책임 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KCGS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안 분석 일치율’은 약 90%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작년까지 KCGS의 권고대로 대부분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의결권 자문사 선정은 ‘날림’으로 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업으로선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어떤 분석 틀과 기준을 갖고 안건을 평가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의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