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비어가는데…지자체 기초연금까지 더 보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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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기초연금법 국무회의 의결
"고령화로 재정 바닥" 아우성에
재정자립도 35%도 안되는 8곳
올 한해 150억 추가 지원하기로
"고령화로 재정 바닥" 아우성에
재정자립도 35%도 안되는 8곳
올 한해 150억 추가 지원하기로
부산 북구, 대구 달서구, 광주 서구, 대전 대덕구 등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여덟 곳이 기초연금 국고 지원을 약 150억원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정부가 기초연금액을 인상해 재정 운용이 어렵다”는 지자체 호소에 따른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타격은 지방 전반이 겪는 문제여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현금 복지 축소 등 정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자체 아우성에 국고 지원 늘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국고 지원 비율을 높이는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재정자립도(지자체 총예산 중 자체 수입 비중)가 35% 미만인 시·군·구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을 2~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다. 제도 개편의 혜택을 보는 곳은 부산 북구, 대구 북구·달서구, 광주 서구·북구·광산구, 대전 서구·대덕구 등 여덟 곳이다. 이들 지자체에는 다음달부터 바뀐 비율이 적용된다. 올 한 해 총 150억여원을 추가 지원받을 예정이다.
소득 하위 70% 이하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중앙정부가 상당 부분 재원을 책임지지만 지자체도 일부 분담해야 한다. 국고 지원 비율은 지자체의 노인 인구 비율과 재정자립도에 따라 40~90% 사이에서 결정된다. 즉 기초연금 예산의 10~60%는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기초연금액을 매년 올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확대되면서 지자체 재정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2018년 기초연금액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소득 하위 20% 이하, 올해엔 40% 이하 계층의 연금액을 30만원으로 인상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지자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해 1월 ‘우리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기초연금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내용의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에 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으면서 사회복지 분야 재정 지출이 많은 지자체에는 국고 지원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기초연금 개혁부터 선행해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은 “부산 북구는 복지 지출 확대로 공무원 인건비 지급이 힘들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제도 개편이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재정자립 수준이 낮고 복지 확대 정책으로 재정 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부산 북구 등 여덟 곳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통합 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 중 206곳(92%)은 재정자립도가 50%에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 기초연금 지자체 부담액은 작년 3조2000억원에서 올해 3조8000억원으로 뛰었고, 2025년엔 약 6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중앙정부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국세 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전년(293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줄었다. 국세 수입 감소는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선심 쓰듯 늘려줄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더구나 국비로 부담해야 하는 기초연금 예산도 올해 13조2000억원에서 2025년 21조2000억원, 2030년 31조7000억원까지 급증한다. 복지부가 추산한 이 금액은 이번 국고 지원 비율 상향은 반영되지 않은 숫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초연금 지원 범위가 외국보다 넓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연금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확대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지원 범위 조정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일부 지자체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타격은 지방 전반이 겪는 문제여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현금 복지 축소 등 정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자체 아우성에 국고 지원 늘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국고 지원 비율을 높이는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재정자립도(지자체 총예산 중 자체 수입 비중)가 35% 미만인 시·군·구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을 2~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다. 제도 개편의 혜택을 보는 곳은 부산 북구, 대구 북구·달서구, 광주 서구·북구·광산구, 대전 서구·대덕구 등 여덟 곳이다. 이들 지자체에는 다음달부터 바뀐 비율이 적용된다. 올 한 해 총 150억여원을 추가 지원받을 예정이다.
소득 하위 70% 이하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중앙정부가 상당 부분 재원을 책임지지만 지자체도 일부 분담해야 한다. 국고 지원 비율은 지자체의 노인 인구 비율과 재정자립도에 따라 40~90% 사이에서 결정된다. 즉 기초연금 예산의 10~60%는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기초연금액을 매년 올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확대되면서 지자체 재정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2018년 기초연금액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소득 하위 20% 이하, 올해엔 40% 이하 계층의 연금액을 30만원으로 인상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지자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해 1월 ‘우리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기초연금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내용의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에 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으면서 사회복지 분야 재정 지출이 많은 지자체에는 국고 지원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기초연금 개혁부터 선행해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은 “부산 북구는 복지 지출 확대로 공무원 인건비 지급이 힘들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제도 개편이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재정자립 수준이 낮고 복지 확대 정책으로 재정 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부산 북구 등 여덟 곳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통합 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 중 206곳(92%)은 재정자립도가 50%에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 기초연금 지자체 부담액은 작년 3조2000억원에서 올해 3조8000억원으로 뛰었고, 2025년엔 약 6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중앙정부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국세 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전년(293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줄었다. 국세 수입 감소는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선심 쓰듯 늘려줄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더구나 국비로 부담해야 하는 기초연금 예산도 올해 13조2000억원에서 2025년 21조2000억원, 2030년 31조7000억원까지 급증한다. 복지부가 추산한 이 금액은 이번 국고 지원 비율 상향은 반영되지 않은 숫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초연금 지원 범위가 외국보다 넓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연금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확대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지원 범위 조정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