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자산신탁은 하나은행 및 재무적투자자와 함께 지난달 이마트가 내놓은 서울 마곡지구 CP4구역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CP4구역은 업무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는 복합부지다. 6개 업체가 입찰에 나서 이르면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규모 민간 공모형 제안사업을 신탁회사가 주도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60·사진)이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신탁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장은 2010년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하나자산신탁의 인수팀장을 맡은 뒤 부사장을 거쳐 2013년부터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하나자산신탁 매출은 1318억원으로 이 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3년(255억원)에 비해 여섯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93억원에서 88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올해 신탁보수 계약실적(수주실적) 기준으로 업계 1위(지난해 2위)에 올라서고 2025년 종합 부동산회사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이 사장은 올해 부동산시장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고 신탁시장 규모도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올해 주택 인허가와 분양실적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연구기관에서 보고 있다”며 “4대 금융그룹이 신탁업에 모두 뛰어든 데다 지난해 증권사 계열 3개 신탁사가 인가를 받는 등 신탁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새로운 상품 개발과 신규 사업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주거 상품을 분양하고 입주한 뒤 임대 운영하는 임대형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임대형 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수료는 적지만 10년가량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들어오는 게 장점이다. 지방자치단체 숙원사업과 공모형 제안사업도 육성할 방침이다. 하나자산신탁은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과 지난해부터 ‘자갈마당’으로 불리는 대구 도원동 홍등가 일대를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신탁상품으로 시공사가 부도났을 때도 끝까지 공사를 마치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과 시행사를 대신해 자금 유치 등 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결합한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