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의 오락가락 항공사 지원 정책
“정부의 국내 항공사 정책이 왜 이렇게 차별적인가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을 놓고 한 투자은행(IB)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 급감과 환불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자 저비용항공사(LCC)에 산업은행을 통해 최대 3000억원까지 긴급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아시아에 주력했던 LCC업계는 일본과의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지난해 모두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마저 겹쳐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긴급자금 지원 대상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외하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선 오히려 조만간 대규모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수 조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를 통해 2조1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넣으면 산업은행은 곧바로 영구채 5000억원을 포함해 총 9500억원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자금을 회수해 가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상황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똑같이 힘든 영업 환경에서 대형 항공사만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시장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번에 LCC만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정부는 LCC업계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40곳에 달했던 미국의 LCC는 9개로 줄었고, 캐나다는 11곳에서 4곳으로 감소했다. 영국은 16곳에서 6곳으로, 프랑스는 4곳에서 1곳으로, 독일도 9곳에서 5곳으로 축소됐다. 한국만 지난해 3곳의 LCC 면허를 추가로 내줘 모두 9곳으로 늘었다. 한국보다 인구가 여섯 배 많은 미국과 같은 숫자가 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LCC 지원 정책이 두 달가량 남은 총선 대비용이란 의심마저 내놓고 있다. 국내 LCC들이 부산, 제주, 강원, 청주 등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지역 민심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업계에서 이런 의심을 하는 데는 일관성 없는 지원대책을 내놓은 정부 책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