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대상 등이 명확하지도 않아…성소수자 '비정상' 간주 안 돼"

군형법 추행죄가 위헌 심판대에 또 오른다.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19일 군형법 92조의 6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군인, 군무원, 소집 중인 예비역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재판부는 이 법 조항이 명확성, 과잉금지, 평등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법 규정이 불명확해 수사 기관과 법원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강제력에 의한 추행과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는 그 정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해야 마땅한데, 해당 조항은 범죄의 성립요건에 '강제성' 여부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행위 정도에 대해서도 '항문성교'를 예시하고 있을 뿐 '그 밖의 추행'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성 간 추행만 대상으로 하는지 여성 간 추행이나 이성 간 추행도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고 부연했다.

강제성 없는 동성 간 성적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동성 간 성적 행위가 비정상적이고 사회의 성도덕을 침해한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 및 제도가 개방된 사정을 고려하면, 강제력 등이 없는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히 "헌법에서 평등 원칙은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거나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해 법을 해석·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 이성애에 기반을 둔 성적 행위를 '정상'으로, 성 소수자의 성적 행위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차이는 인정돼야 하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된다"면서 "그 차별이 단순히 소수라는 점에 기인했다면, 그러한 차별은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앞서 육군에서 전역한 A 씨가 군 복무 시절인 지난해 초 부대 탄약고 경계초소에서 장난이라며 후임 병사의 성기를 만지는 등 7차례에 걸쳐 군인을 추행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군형법 92조의 6을 적용하자 법률 검토를 하던 중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형법 추행죄는 1962년 이 법 제정 이후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군내 동성애를 추행으로 성범죄화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미 몇 차례 제청된 위헌심판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