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감염 뒷북 인정…확진자, 사실상 中 다음으로 많아
“정부의 사례 정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뒤쫓아가는 식으로 나왔다. 이래서는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보건당국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지역감염 뒷북 인정…확진자, 사실상 中 다음으로 많아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가 국내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한 지 4일이 지나서야 지역 감염이 시작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코로나19 대책이 계속 뒷북을 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0일까지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8명의 환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뒤 한국으로 입국했거나 국내 감염 경로가 분명했다. 하지만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82·남) 이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잇따라 나왔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다가 불특정한 사람에게 감염되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판단하는 근거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런 판단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29번 환자가 나온 16일부터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31번 환자(61·여)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신천지대구교회 등의 환자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아직 이곳에서 누가 처음 감염원이 됐는지, 이후 어떻게 퍼졌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먼저 확진받았지만 이들도 누군가에게 감염된 환자이기 때문이다. 이 장소들을 다녀간 사람이 많은 것도 감염 경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사례는 집단 노출로 인한 집단 발병으로 보고 있다”며 “처음 지표 환자가 누구였는지, 어떤 노출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사례 정의를 바꿔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도 원인 불명 폐렴으로 의심되면 의심환자로,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하기로 했다. 사례 정의는 국내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코로나 의심 환자를 가려내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례 정의가 감염병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역당국은 발열 인후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중국 우한에서 입국했지만 상하이를 경유하는 바람에 공항 검역에서 놓친 2번 환자(55·남)가 나온 뒤에야 중국 전역을 의심지역으로 포함했다. 방역 대책이 뒷북을 치다 보니 국내 확진자는 107명으로 급증했다. 크루즈선을 제외하면 일본(84명)보다 많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중증 폐렴이 되고 심해져 병원에서 확진된 것이기 때문에 방역망에서 확인되지 않은 경증 환자는 더 많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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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