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당해고 분쟁 중에 고용 계약기간 끝나도 회사 상대로 소송 가능"
근로자가 회사에서 잘려 부당해고로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했거나 계약기간이 끝나 복직이 불가능해졌더라도,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다 해고당한 조모 씨(63)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본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대법관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조씨는 2016년 7월부터 잡지발간 및 교육 사업 등을 운영하는 A사에 취직해 일했으나, 5개월 뒤 회사로부터 근태 불량 등의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조씨는 곧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으나 "정당한 해고"라며 연달아 기각당했다. 이에 2017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진행 중이던 2017년 10월, A사는 정년을 만 60세로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신설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조씨는 이미 정년에 도달해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더라도 복직할 수 없게 됐다.

1·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조씨는 이미 해고돼 정년 도입 과정에 의사를 개진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A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개정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의 주장대로 해고가 부당해서 무효라 할지라도 이미 정년에 도달해 자동 퇴직한 상태가 됐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조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조씨에게 소송을 진행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와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했거나 계약기간이 끝나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부당해고로 인정받으면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등 소송의 이익이 분명히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명수 대법원장(재판장)은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의 목적에는 원직 복직 뿐 아니라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특히 기존 판례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더라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구제를 받기 어려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