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 호조로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의 평가 가치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9년 말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5009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648억달러 늘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내국인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갚아야 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순대외금융자산이 급증한 것은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말 대외금융자산은 1조6997억달러로 전년 말에 비해 1534억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이 미국 등 해외 주식을 적잖게 사들인 데다 미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평가이익이 늘었다. 지난해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는 22.3%, 유로스톡스50지수는 24.8% 뛰었다.

대외금융부채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주식 투자가 늘면서 전년에 비해 886억달러 불어난 1조1988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외금융부채 가운데 주식·파생금융상품을 제외한 대외채무(외채)는 지난해 말 4670억달러로 전년 대비 258억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준비자산) 대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 빚인 단기외채 비중은 작년 말 32.9%로 전년 말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015년(28.3%) 이후 매년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말(73.0%)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채무가 늘어났지만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건전성지표는 30% 내외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