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19일 20명 발생한 데 이어 20일에도 56명 추가됐다. 이틀 연속 무더기 발병으로 확진자는 100명을 넘어섰고 국내 첫 사망자도 나왔다. 가파른 확산세는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넣어 감염경로조차 알 수 없는 환자 수도 급증세다.

광범위한 확진자 발생으로 대구·경북지역은 ‘유령 도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인적이 드물다. 서울·경기권 환자도 30명에 육박해 수도권 방역망에 구멍이 뻥 뚫렸다. 감염속도와 전문가 견해를 종합해 보면 향후 1~2주가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접어드느냐 마느냐의 분기점이다. 국립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가 “사실상 지역사회에 침투한 상태”이며 무증상 감염·전파도 가능하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더 높은 단계에서의 총괄대응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사태 전개의 엄중함에 비해 정부 대응은 여전히 한가해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어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보건당국도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 이동경로를 자체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속 대응을 외면하면서 상황 통제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다. 검진 단계에서부터 우왕좌왕하는 행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확진자는 이달 초부터 수차례 병원을 찾았지만 선별진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해 ‘의심 판정’까지 12일이나 걸렸다.

팬데믹 상황이 오면 인구의 40%가 감염되고,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의식한 여당에서는 “공포가 부풀려져 경제·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아쉽다”는 식의 엉뚱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유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위기경보 상향, 중국인 입국제한 등의 ‘과잉 대응’을 본격 검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