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진정성' 역주행하는 中·日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소설 《페스트》에서 전하려 한 메시지는 ‘진정성’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알베르 리외는 흑사병과 맞부닥치면서 의사로서의 직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한 명의 환자라도 정성껏 돌본다. 그에게 있어 인간이 예상할 수 없는 ‘부조리’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길은 부조리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 어떤 관념적이고 초월적인 의미보다 리외에게 귀중하고 급한 건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일이었다. 리외는 인간의 가장 큰 구원은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리외의 그런 리더십을 카뮈는 ‘부조리에 대한 반항’으로 묘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안팎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혼란을 초래했다는 게 이유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이미 발생한 시기인 지난달 초 열렸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를 아예 주요 안건에 넣지 않았다. 그 뒤에도 전염병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전염병 은폐와 축소에 급급

미국의 지원을 거부하고 의사들로 구성된 미국의 전문팀 파견 제안도 거절했다. 오히려 중국 의사들을 감시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 비판적 칼럼을 게재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3명의 기자증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전염병 퇴치보다 오히려 정권 유지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20일 기준 2118명까지 사망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런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뒤 17일 동안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후속대응을 어떻게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불안만 증폭시켰다. 일본 이외에 55개국 지역의 승객과 승무원 3711명이 타고 있었지만 법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에 일본 정부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승무원과 승객 중 10.7%(621명)가 감염됐으며 어제 일본인 2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크루즈에 탔던 일본의 한 학자는 “일본은 배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선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며 “실패를 은폐하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국제협력 시점에 신뢰성 의문

진정성의 위기가 이들 지도자에게서 엿보인다. 정작 이런 긴급 상황에선 이들이 그렇게 외쳐댔던 개방화와 유연화 등을 찾을 수 없다. 아베 총리도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펼칠 때의 도전적이고 활기있는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전염이 아니라 감염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팬데믹(대유행)의 시점이다.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이런 때 정책의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존재하는지 다른 국가들의 의혹의 눈초리만 커진다. 협력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중국과 일본은 수출과 개방으로 성장한 나라다. 하지만 지금 그 개방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글로벌리즘을 외쳤던 중국은 더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가 아직 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차디찬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 지도자의 행동은 한국에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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