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으로 묶어두기엔 부담스럽고, 월급통장에 묵혀두기엔 아까운 여윳돈을 보관하는 ‘파킹(parking) 통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형 은행의 일반적인 수시입출금 통장에는 연 0.1%의 ‘쥐꼬리 금리’가 붙는다. 파킹통장을 활용하면 입출금은 마음대로 하면서 연 1~2% 안팎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빅5 은행’에 뒤처진 중소형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모바일뱅킹의 편의성을 앞세워 파킹통장 수요를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달리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딴주머니·세이프박스 아시나요

수협은행은 지난 18일 파킹통장 ‘딴주머니’ 금리를 연 1.0%에서 1.2%로 인상했다. 딴주머니는 ‘잇(it)딴주머니통장’이라는 수시입출금 통장 안에 생성하는 별도의 자금 보관 공간이다. 여윳돈을 딴주머니에 넣어두면 하루만 예치해도 연 1.2%의 이자를 준다.

오프라인 점포가 많지 않은 수협은행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모바일뱅킹 앱과 토스, 시럽, 페이북 앱에서 계좌를 틀 수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파킹통장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라며 “단기자금 운용을 원하는 소비자가 입출금통장의 편리함과 고금리 혜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잇딴주머니통장에는 외화 여유자금을 보관하는 ‘외화 딴주머니’ 기능도 있다. 외화 출금 시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비슷한 방식의 파킹통장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입출금통장 안의 ‘세이프박스’에 돈을 보관하면 1000만원 한도로 연 1.0% 금리를 적용한다. 케이뱅크도 입출금통장에서 ‘남길 금액’을 설정하고 1개월 동안 유지하면 연 1.1% 금리를 준다. SC제일은행의 ‘SC제일마이줌통장’은 가입자가 설정한 금액에 맞춰 잔액을 유지하면 연 1.0% 금리를 준다. 설정금액은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 2%”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모바일 전용 앱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아무 조건 없이 연 2.0%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이다. 계좌 개설부터 조회, 이체, 대출 등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이체, 현금 인출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는다. 저축은행 창구를 찾을 필요 없이 고금리 파킹통장을 손쉽게 개설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SBI저축은행 측은 “과거 저축은행의 예금 고객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다”며 “사이다뱅크에는 20~40대 신규 가입자가 많은데, 유입된 자금의 70%가량이 파킹통장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루 저축예금’도 예치 금액과 기간에 관계없이 연 1.8%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이다. 스마트폰 앱으로만 가입할 수 있고 이체 수수료는 무제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는 월 5회 면제다.

대형 1금융권 은행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높은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거래S20통장’은 만 18~30세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연 1.5% 이자를 준다. 농협은행의 ‘NH1934우대통장’은 만 34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최대 연 3.0% 금리를 적용한다. 최고금리는 카드 결제, 급여 이체, 오픈뱅킹 이용 등의 실적을 채워야 받을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