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리 여객 운송 중단 장기화에 입주업체 3주째 휴점
업계 "사태 언제 끝날지 몰라 답답…후유증 오래갈 듯"
[르포] 중국 승객 '0'…셔터 굳게 닫힌 인천항 면세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천∼중국 10개 항로 카페리 여객 운송이 끊긴 지 3주째를 맞은 19일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좀처럼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웬만한 지방 공항터미널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드넓은 주차장은 대부분 비었고 통행하는 자동차와 사람이 거의 없어 영화 속 연출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첫 정류장인 시내버스는 배차 간격에 따라 20분 넘게 터미널 앞에서 승객을 기다렸지만, 차에 오르는 이는 없었다.

시내버스 운전사는 "평소 카페리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보따리상을 비롯해 커다란 짐꾸러미를 든 승객들로 차 안이 가득 찼는데 요즘은 빈 차로 출발하는 경우가 잦다"고 귀띔했다.

이날 중국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온 카페리 2척이 제1국제여객부두에 도착했지만, 지난 1일부터 한중 카페리들은 컨테이너 화물만 운송 중인 탓에 여객터미널 안은 정적만이 흘렀다.

터미널 내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주차 안내원과 자원봉사자, 근무자 등 10여명 외에는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영화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천항 제1·2국제여객터미널에 입점한 면세점·여행사·약국·식당·환전소·편의점 등 30여개 업체도 3주째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르포] 중국 승객 '0'…셔터 굳게 닫힌 인천항 면세점
출국하는 카페리 승객들을 상대로 주류와 담배를 많이 팔았던 면세점들도 지난 1일부터 여객 운송이 전면 중단되자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다.

제1국제터미널의 한 면세점 관계자는 "한 달 가까이 면세점 영업을 못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매출 제로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면세점 직원 12명 중 하루 2명씩 교대로 출근하면서 기약 없는 영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2국제터미널의 한 면세점 관계자도 "직원들에게 연차를 미리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유급휴가를 보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면서 "이번 사태가 속히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3만명이 이용한 인천∼중국 10개 항로 국제카페리는 올해 1월에는 여객 수가 4만8천명에 그쳐 지난해 1월보다 40%가량 줄었다.

올해 2월 여객 수가 전무할 것이 확실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여객 수는 5만1천명이었다.
[르포] 중국 승객 '0'…셔터 굳게 닫힌 인천항 면세점
인천∼중국 카페리 여객 수는 2016년 92만명을 기록했으나 사드 갈등 여파로 2017년 60만명으로 급감한 뒤 2018년 81만명, 지난해 103만명으로 회복됐다.

인천항 입주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중국 현지에서 다시 한국행 관광객을 모으고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면서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2년 넘게 고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후유증도 오래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 항만업계는 올해 6월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을 앞두고 있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더 뼈 아픈 상황이다.

올해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을 맞아 지난해보다 10.5% 늘어난 국제여객 115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관련 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터미널 입주업체에 대한 임대료 감면 등의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