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및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부산 중소 제조업체들이 사태 장기화로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중단하는 등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 제조업체의 코로나19 영향을 조사한 결과 중국 정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춘제(중국 설) 연휴를 지난 9일까지 연장하는 바람에 중국산 부품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20일 발표했다.

원재료인 스테인리스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산의 기계장비업체 A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수입이 지연되면서 이달 들어 하루하루 생산 공정을 조절하면서 버티고 있다. 회사 측은 수입원인 중국 업체에서 3월 이후면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고 밝혔지만 지금의 확산 사태로 미뤄 3월에도 원자재 수입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A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원자재 수입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렵다”며 “사태가 진정돼 중국 업체가 정상 가동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선박엔진 계약 물량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수리조선 업체 B사는 수리를 마친 선박을 시운전하기 위해서는 중국 출장을 가야 하는데 직원들이 꺼리고 있는 데다 해외 선주사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식해 중국 내 작업을 미뤄 매출이 줄고 있다.

중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C사는 춘제 연휴 이후 공장 가동을 하려고 했으나 중국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로 현지 공장 인력 10∼20%만 복귀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급한 수출의 경우 선박 대신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해도 중국 항공편이 70% 이상 줄어 항공편 확보가 힘들고, 운임도 급상승해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부산의 석유 공업업체 D사는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수출 물량이 한 달 새 60%가량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중국에 가려고 하지 않으면서 선적 및 수송 일정이 취소되거나 미뤄져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회사 E사는 중국산 부품 수급난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중단을 반복하면서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기존에 하던 잔업을 중단했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 감소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