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도 빈틈없는 그립?…물수건 꽉 짰다가 살짝 푼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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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46) 슬기로운 시즌맞이 <上> 그립감 찾는 게 첫 단추
(46) 슬기로운 시즌맞이 <上> 그립감 찾는 게 첫 단추
이미 시즌을 시작한 분이 많으시죠. 겨울과 봄의 경계가 사라지다 보니 골프장은 여느 때보다 바쁜 2월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돈 벌어서 좋다”는 분도, “쉴 틈이 없어 아쉽다”는 분도 북적이는 골프장의 생기가 반가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른 시즌을 맞이한 골퍼들의 성적은 아마도 썩 좋지 않을 겁니다. 짧은 잔디는 바싹 말라 있지, 코스는 여전히 딱딱하지, 몸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지…. 겨우내 클럽과 담을 쌓고 있다가 첫 라운드 날짜가 째깍째깍 다가오는 분이라면 더더욱 기대치를 낮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와서 스윙을 확 바꿀 수도 없고, 뭔가 포인트 하나만 잡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클럽과의 관계 정립, 즉 그립 체크입니다.
물 한 방울 안 들어가도록
정말이지 이 그립 느낌만이라도 잘 찾아 시작한다면 올 시즌은 아예 다른 골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그립 하나로 온몸에 힘을 잘 뺄 수도 못 뺄 수도 있고, 방향성과 구질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포인트는 ‘힘을 빼고도 견고한’ 그립입니다. 언뜻 상충하는 말 같지만 이게 피할 수 없는 핵심입니다.
우선 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손바닥, 또는 손가락만으로 잡지 말라는 겁니다. 클럽이 따로 놀거나 컨트롤이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견고한 그립은 손가락과 손바닥을 모두 사용할 때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립이 손안에서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는 양손 엄지-검지가 만드는 ‘와이(Y)’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샷이 좌우로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도 타이거 우즈에게 강조한 게 위크(weak) 그립이든 스트롱(strong) 그립이든 ‘양손 와이자의 평행’이었다고 합니다. 네 번째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샤프트에 ‘일자(ㅡ)’로 대는 것을 가급적 피하라는 겁니다. 특히 오른손 엄지를 그립 위에 길게 일자로 올려놓는 분이 꽤 있는데, 처음엔 잘 맞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요. 엄지손가락이 느닷없이 샤프트를 누르는 등 간섭하기 때문이죠. 원칙대로 그립을 잡았다면 일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가 ‘인터로킹(손가락을 서로 거는)’도 아니고 ‘오버래핑(손가락을 포개는)’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붙어 있는 건 금물이란 점입니다. 양손의 연결(에너지의 전달고리)이 불안정해져 샷도 불안정해지거든요.
손목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립을 만들기 좋은 요령의 첫 번째가 수건짜기입니다. 양손 안에 작은 물수건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수건의 물기를 모두 짜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손가락과 손바닥을 마주잡아 힘을 꽉 줘야 하겠죠. 그런 다음 물기가 다 빠져나오면 힘을 풀어야 할 겁니다. 그립도 이렇게 잡으면 힘을 빼고도 밀착이 잘 됩니다. 장갑과 손 피부 표면의 ‘점착력(또는 마찰력)’으로 인해 서로 착 달라붙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립을 물 속에 넣었다 빼도 손에 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없게 된다고 하네요. 어떤 프로분은 ‘진공상태가 될 정도로 잡으라’고도 하는데, 쉽진 않지만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립 강도(또는 악력)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치약을 쥘 때 치약이 삐져나오지 않을 정도? 병아리를 살며시 잡는 정도? 이게 모호한 기준입니다. 치약 튜브의 강도가 다 다르고, 더더욱 병아리를 잡아본 경험자가 많지 않으니까요. 사실 ‘절대 강도’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균형점’이 좋은 그립 강도가 다 상대적이니까요. 약하게 잡는 게 ‘다수’이긴 하지만 프로 중에는 아주 강하게 잡는 분이 꽤 있답니다. 파워골퍼들이죠. 샷을 할 때 질기고 긴 잔디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또 빠른 헤드 스피드를 이겨내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입니다. 저는 클럽을 한 손으로 잡고 수직으로 세운 뒤 손의 힘을 서서히 빼봤을 때 클럽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떨어질 듯 말 듯한 지점이 가장 객관적인 그립 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력은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기준이니까요.
하지만 강하게든, 약하게든 공통적으로 꼭 지켜야 할 게 있습니다. 우선 손목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다음 어깨, 팔에도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또 중요한 건 그립 강도가 스윙이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방향성도 일관되게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왼손 엄지를 ‘롱섬’으로 잡을 거냐, ‘쇼트섬’으로 잡을 거냐입니다. 앞에서 말한 원칙을 지키면 엄지의 위치는 자동적으로 정해진답니다. 헷갈릴수록 ‘백 투 베이직’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이른 시즌을 맞이한 골퍼들의 성적은 아마도 썩 좋지 않을 겁니다. 짧은 잔디는 바싹 말라 있지, 코스는 여전히 딱딱하지, 몸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지…. 겨우내 클럽과 담을 쌓고 있다가 첫 라운드 날짜가 째깍째깍 다가오는 분이라면 더더욱 기대치를 낮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와서 스윙을 확 바꿀 수도 없고, 뭔가 포인트 하나만 잡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클럽과의 관계 정립, 즉 그립 체크입니다.
물 한 방울 안 들어가도록
정말이지 이 그립 느낌만이라도 잘 찾아 시작한다면 올 시즌은 아예 다른 골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그립 하나로 온몸에 힘을 잘 뺄 수도 못 뺄 수도 있고, 방향성과 구질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포인트는 ‘힘을 빼고도 견고한’ 그립입니다. 언뜻 상충하는 말 같지만 이게 피할 수 없는 핵심입니다.
우선 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손바닥, 또는 손가락만으로 잡지 말라는 겁니다. 클럽이 따로 놀거나 컨트롤이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견고한 그립은 손가락과 손바닥을 모두 사용할 때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립이 손안에서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는 양손 엄지-검지가 만드는 ‘와이(Y)’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샷이 좌우로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도 타이거 우즈에게 강조한 게 위크(weak) 그립이든 스트롱(strong) 그립이든 ‘양손 와이자의 평행’이었다고 합니다. 네 번째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샤프트에 ‘일자(ㅡ)’로 대는 것을 가급적 피하라는 겁니다. 특히 오른손 엄지를 그립 위에 길게 일자로 올려놓는 분이 꽤 있는데, 처음엔 잘 맞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요. 엄지손가락이 느닷없이 샤프트를 누르는 등 간섭하기 때문이죠. 원칙대로 그립을 잡았다면 일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가 ‘인터로킹(손가락을 서로 거는)’도 아니고 ‘오버래핑(손가락을 포개는)’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붙어 있는 건 금물이란 점입니다. 양손의 연결(에너지의 전달고리)이 불안정해져 샷도 불안정해지거든요.
손목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립을 만들기 좋은 요령의 첫 번째가 수건짜기입니다. 양손 안에 작은 물수건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수건의 물기를 모두 짜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손가락과 손바닥을 마주잡아 힘을 꽉 줘야 하겠죠. 그런 다음 물기가 다 빠져나오면 힘을 풀어야 할 겁니다. 그립도 이렇게 잡으면 힘을 빼고도 밀착이 잘 됩니다. 장갑과 손 피부 표면의 ‘점착력(또는 마찰력)’으로 인해 서로 착 달라붙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립을 물 속에 넣었다 빼도 손에 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없게 된다고 하네요. 어떤 프로분은 ‘진공상태가 될 정도로 잡으라’고도 하는데, 쉽진 않지만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립 강도(또는 악력)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치약을 쥘 때 치약이 삐져나오지 않을 정도? 병아리를 살며시 잡는 정도? 이게 모호한 기준입니다. 치약 튜브의 강도가 다 다르고, 더더욱 병아리를 잡아본 경험자가 많지 않으니까요. 사실 ‘절대 강도’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균형점’이 좋은 그립 강도가 다 상대적이니까요. 약하게 잡는 게 ‘다수’이긴 하지만 프로 중에는 아주 강하게 잡는 분이 꽤 있답니다. 파워골퍼들이죠. 샷을 할 때 질기고 긴 잔디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또 빠른 헤드 스피드를 이겨내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입니다. 저는 클럽을 한 손으로 잡고 수직으로 세운 뒤 손의 힘을 서서히 빼봤을 때 클럽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떨어질 듯 말 듯한 지점이 가장 객관적인 그립 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력은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기준이니까요.
하지만 강하게든, 약하게든 공통적으로 꼭 지켜야 할 게 있습니다. 우선 손목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다음 어깨, 팔에도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또 중요한 건 그립 강도가 스윙이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방향성도 일관되게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왼손 엄지를 ‘롱섬’으로 잡을 거냐, ‘쇼트섬’으로 잡을 거냐입니다. 앞에서 말한 원칙을 지키면 엄지의 위치는 자동적으로 정해진답니다. 헷갈릴수록 ‘백 투 베이직’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