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제조업…국가산단 생산·수출 두자릿수 감소
한국 간판 제조업체 5만2413곳이 몰려 있는 국가산업단지의 지난해 생산과 수출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중국 업체와의 힘겨운 경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좁아든 수출길에 몸살을 앓는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다.

21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전국 38개 국가산단의 생산액은 486조6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생산액(541조2016억원)에 비해 10.0% 감소했다. 수출액은 1530억3600만달러(약 182조1100억원)로 전년(1835억5650만달러) 대비 16.6% 줄었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이 몰려 있는 여수국가산단 생산액이 60조8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반월국가산단 생산액은 2942억원 22.2%, 시화국가산단은 3086억원으로 27.5% 각각 감소했다.

생산과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고용인원도 대폭 줄었다. 국가산단의 지난해 12월 말 고용인원은 98만7728명으로 전년(99만7377명) 대비 1.0% 줄었다. 산업단지의 고용인원은 2018년 말 99만명7377명으로 100만명 선이 무너진 후 지난해 말까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산단의 위기는 국내 간판 제조업체들의 실적 악화에서 비롯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손실 행진을 이어간 두산중공업은 만 45세(1975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1000명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 본사가 자리잡은 창원국가산단도 덩달아 위기를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는 물론 관련 협력사 등 2664개 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는 창원국가산단의 지난해 생산액은 39조1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감소했다.

중국 BOE와의 경쟁으로 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 LG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체들이 주로 입주한 구미공단 생산액은 37조7741억원으로 7.0% 줄었다.

국내 간판기업들이 몰린 국가산단의 생산·수출·고용 동반 감소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전년보다 0.5% 감소한 104.3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반제품 등을 들여와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 제품의 수량을 나타낸다. 이 지수는 2018년에 0.2% 감소했는데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72.9%로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67.6%)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2.0%)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0.8%) 후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도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했다는 평가다. 제조업 위기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 등 대외적 변수 탓이 크다. 무더기 손실로 지난해 구조조정을 추진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제품을 쏟아내면서 디스플레이 가격이 떨어지면 위기를 겪었다. OCI를 비롯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쏟아지는 등 '치킨 게임' 양상을 못버티고 사업을 접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