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모처에서 열린 유세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나빴는가. 승자는 한국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그게 다 뭐였지?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 않나"라며 "올해 영화상을 주다니. 잘 됐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영화 '기생충'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라기 보다 자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네티즌들은 '기생충'을 언급하고 나선 것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중이다.
'기생충'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고 나서 트럼프 외에도 한국 정치권에서도 '숟가락 얹기'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질문 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의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지 않나"라며 "행복을 나누는 선에서 좋은 일이지만 (정치권에서) 폐를 안끼치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의 고향 대구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일부 예비후보들이 '기생충'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일부 후보들은 봉준호 기념관, 공언, 생가터 복원, 동상 등을 공약으로 걸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런 이야기는 제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곽신애 대표는 "예를 들면, 누구나 봐도 봉준호 감독이 동의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것들, 사전 협의가 없었는데 진행되는 일들이 되게 많다"라며 "'공존'은 영화의 내용이기도 하지 않나. 냄새가 난다고 코를 잡는 건 법에 걸리지 않지만, 예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에 안 걸린다고 다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거칠게 얘기하면 숟가락을 얹으면 누군가 파 먹히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 행복을 나누는 선에서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일침했다.
곽 대표는 지난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여성 제작자다. 그는 1990년대 영화 전문 매거진 키노 창간 멤버로 영화계에 발을 드뎠고, 프로듀서직을 거친 후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의 대표가 됐다. 곽 대표는 '영화 패밀리'로도 유명하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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