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이용 봉사활동으로 20여명 머리 다듬어 줘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고향 마을…열흘 지났지만 의심 환자 없어
[르포] 신천지 봉사단 찾은 청도 마을…"불안해 잠 못 자"
"불안하죠. 보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하니 밤에 잠도 안 옵니다"
21일 오후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에서 만난 김모(74·여)씨는 자신이 혹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 가득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들로 구성된 봉사단과 지난 11일 접촉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마을을 찾은 신천지 봉사단에게서 머리 손질을 받았다.

이달 마을을 찾은 봉사단에게서 머리를 다듬은 마을 주민은 20여명이라고 전했다.

다행히 봉사단과 접촉한 주민들 가운데 코로나19 의심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거주 인구가 도시보다 월등히 적은 데다 대부분 노인층이라 이날 현리 마을 골목을 오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외출을 대부분 꺼린다고 했다.

신천지 교인들이 설립한 쉼터에는 1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지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풍각면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봉사단이 다녀간 현리경로당을 매일 소독하고 있다.

봉사단에게서 머리 손질을 받은 주민들에게 매일 전화해 건강 상태도 확인하고 있다.

경로당 옆에 목욕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마을 방송을 하기도 했다.

습기가 있는 상태이면 바이러스가 더 잘 번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서 밭일하던 박모(83·남)씨는 "아내와 같이 봉사단에게 이발했는데, 아직 특이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너무 불안하다"며 "대부분 주민이 외출은 물론 이웃들과 대화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마을 상황을 전했다.

[르포] 신천지 봉사단 찾은 청도 마을…"불안해 잠 못 자"
청도군 풍각면 현리는 이만희 신천지 교회 총회장의 고향이다.

신천지 3대 성지로 꼽는 청도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다.

마을 맨 끝에는 논밭 사이로 신천지 교회 봉사단들이 세운 쉼터와 이만희 총회장 부모를 포함한 가족 묘역이 조성돼 있다.

지난달 말 사망해 청도 대남병원에서 장례를 치른 이만희 총회장의 형 묘지도 이곳에 있다.

신천지 교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오래전부터 매달 2번째 화요일 현리를 찾아 이발·미용 봉사를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1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와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이·미용 봉사뿐 아니라 논밭 사이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수거 봉사도 했다.

많이 찾아올 때는 버스가 몇 대씩 마을을 찾기도 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봉사단은 봉사활동만 하고 개종을 권유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구 4만여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에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알려지면서 청도 군민은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르포] 신천지 봉사단 찾은 청도 마을…"불안해 잠 못 자"
청도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군청 앞의 상당수 식당과 다방 등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문을 내붙이고 휴업했다.

길을 오가는 주민들 가운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첫 사망자가 나온 대남병원과 수십m 떨어진 청도군청 사이에는 주민보다 현지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외지인이 더 많을 정도였다.

청도군청은 청사 내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 출입 시간 등을 기록했다.

또 손 소독을 실시한 뒤에 청사 안으로 들어가게 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힘을 쏟았다.

군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코로나 영향으로 식당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 배달을 시킨다"며 "이런 상황이 며칠만 계속되면 청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