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반떼는 정면에서 보면 마세라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트라이던트 엠블럼(삼지창)을 기준으로 각각 4개의 기둥을 세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진=강경주 기자]
르반떼는 정면에서 보면 마세라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트라이던트 엠블럼(삼지창)을 기준으로 각각 4개의 기둥을 세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진=강경주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게 크기다. 고가여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탓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르반떼의 차체에 깜짝 놀랐다. 그만큼 웅장하고 거대했다.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첫 SUV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2016년 출시 이후 당시 생소했던 럭셔리 SUV 세그먼트를 넓히는데 기여했고 성장이 정체됐던 마세라티의 수익성 방어에도 공을 세운 효자 모델이다.

◆ 내외부 곳곳에 마세라티 정체성
내부는 고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을 열었을 때 은은하게 풍기는 가죽냄새가 이탈리아 고급 차량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 했다. [사진=강경주 기자]
내부는 고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을 열었을 때 은은하게 풍기는 가죽냄새가 이탈리아 고급 차량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 했다. [사진=강경주 기자]
르반떼는 정면에서 보면 마세라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트라이던트 엠블럼(삼지창)을 기준으로 각각 4개의 기둥을 세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고양이 눈을 닮은 헤드라이트와 프레임리스 도어는 쿠페 디자인의 측면 실루엣을 극대화했다.

마세라티가 새롭게 적용한 어댑티브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는 르반떼의 스타일을 더해주는 동시에 맞은 편 차량의 눈부심 현상을 방지한다.

LED 오토 하이빔은 주행 속도를 기반으로 도심과 교외, 고속도로 등 주변 환경을 계산해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우천이나 안개 발생 시 악천 후 모드를 발동해 상ㆍ하향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게 인상적이다. 실제로 기자가 르반떼를 시승한 시간과 장소는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지방 국도였고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하지만 이 기능 덕분에 불안감 없이 주행을 이어갔다.
마세라티는 전통적으로 차량의 배기음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전문가들이 함께 배기음을 연구하면서 '작곡'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사진=강경주 기자]
마세라티는 전통적으로 차량의 배기음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전문가들이 함께 배기음을 연구하면서 '작곡'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사진=강경주 기자]
내부는 고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을 열었을 때 은은하게 풍기는 가죽냄새가 이탈리아 고급 차량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 했다. 하지만 가죽냄새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간감이다. 외부 디자인에서 느꼈던 웅장함을 실내에 고스란히 재현했다.

수제 바느질로 마감한 가죽시트와 중앙 콘솔의 넓은 사이즈 덕분에 럭셔리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대시보드에는 8.4인치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 디스플레이와 드라이브 모드 조작 버튼,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알루미늄 회전 노브, 에어 서스펜션 스위치가 장착돼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포인트는 또 있다. 뒷좌석이다.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휠베이스가 워낙 길어 뒷좌석에 앉아도 갑갑하지 않다. 성인 3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도 뽑아냈고 레그룸 역시 여유로웠다.

◆ 탁월한 주행감에 부드러운 배기음까지
뒷바퀴를 방지턱 끝까지 밀어넣었지만 보닛 부분이 주차 경계선 밖으로 튀어날 정도로 휠베이스가 길다. [사진=강경주 기자]
뒷바퀴를 방지턱 끝까지 밀어넣었지만 보닛 부분이 주차 경계선 밖으로 튀어날 정도로 휠베이스가 길다. [사진=강경주 기자]
처음에는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면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보닛이 앞으로 길게 뻗어 나와 긴장을 놓을 수 없어서다. 르반떼의 차체는 전장 5003mm, 전폭 1980mm, 전고 1679mm에 이른다. 차선을 꽉 채우는 몸집 때문에 라인을 밟지는 않을지, 끼어들기 할 때 충돌하는건 아닌지 걱정 하게 된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르반떼의 진가가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르반떼 가솔린 모델은 최첨단 3리터 V6엔진을 탑재했고 최신 GDI와 트윈 터보 기술로 만들어졌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르반떼 S가 5.2초, 르반떼는 제로백 6초다. 최고 속도는 각각 264km, 251km다.

강력한 토크로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부드러운 배기음을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간다. 최고 430마력(르반떼 S 기준), 최대토크 59.2㎏.m을 발휘해 초반 가속감이 뚜렷하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몸이 확 젖혀진다. 높은 속도를 냈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핸들 떨림 현상도 없었다.

특히 배기음이 시끄럽지 않고 부드러웠다. 가솔린 엔진 시스템은 공기압 밸브로 통제돼 특유의 엔진음을 발산한다. 마세라티는 전통적으로 차량의 배기음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전문가들이 함께 배기음을 연구하면서 '작곡'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 억대 호가하는 차량이지만…
마세라티 르반떼 후면부 [사진=강경주 기자]
마세라티 르반떼 후면부 [사진=강경주 기자]
단점도 보였다. 억대를 호가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 최근 고가 차량들이 이 옵션을 기본으로 장착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두번째는 연비다. 혹자들은 마세라티를 타면서 연비를 따질 이유가 있느냐고 말하지만 오히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고성능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연비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연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미래차 시장이어서다.

국내에서는 르반떼, 르반떼S, 르반떼 디젤, 르반떼 GTS로 구분해 판매한다. 기본 모델인 르반떼 판매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1억3020만원부터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