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첫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예고다.

마이다스에셋 외에도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조 회장 지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이제 조 회장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해 30% 주주들의 ‘표심’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결과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자산운용사들 "조원태 회장 지지" 첫 표심 공개 주목…기관들, 속속 한진칼 이사 연임 찬성
운용사들 속속 ‘조원태 지지’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찬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진칼이 상정하는 안건을 확인하고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의사결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개인에게 판매한 주식형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 미만이지만 처음 공개된 ‘기관 표심’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외에도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조 회장 손을 들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찬성할 예정”이라며 “조 회장과 3자 연합이 지금까지 내놓은 각종 대책과 방안을 비교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승부는 여전히 안갯속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총은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 회장 측과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지분이 엇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은 지난 13일부터 한진칼 주식 297만2017주(5.02%)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3자 연합 측의 지분율(37.08%)은 조 회장 측 지분율(34.45%)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내달 한진칼 주총은 작년 말 기준(조 회장 측 33.45%, 3자 연합 32.06%)으로 표 대결을 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한진칼 지분 2.9%를 갖고 있다. 정확한 내역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직접 보유한 것이 아니라 위탁운용사들을 통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실시된다. 국민연금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직접 매매를 하는데, 한진칼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위탁운용사만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해당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이 원칙에 따라 한진칼 보유 운용사들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다면, 이들 운용사는 마이다스에셋 등 상당수 운용사가 조 회장을 지지하는 것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예외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종목 등은 운용사만 보유해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나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한진칼 주총에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김은정/이상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