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TV토론에서 거부했으나 입장 바꿔…"관련 여성 원하면 합의 해지"
블룸버그 "성희롱 발언 '비밀유지합의' 공개 의향 있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가세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과거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 의혹 등을 두고 경쟁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1일(현지시간) 그간 성희롱 의혹으로 자신에게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과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맺은 3건의 비밀유지합의(Nondisclosure agreement)를 기꺼이 해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LP'를 통해 "지난 30여년간 내가 했던 발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여성들과 맺은 3건의 비밀유지합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 중 누구라도 이 합의를 해지하고 싶다면 회사로 연락해 해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처음으로 참여한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비밀유지합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다른 경선 후보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을 뒤집고 '여성들이 원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TV토론에서 과거 성희롱 발언 논란, 뉴욕시장 시절 '신체 불심 검문 강화' 등 각종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을 넘어 '참패'했다는 혹평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당시 TV토론에서 블룸버그의 비밀유지합의와 관련해 여성들이 합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며 전 뉴욕시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에 대해 "내가 말했던 농담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나를 고소한 사람은 없다"면서 공개를 거부해 청중의 야유를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3건의 비밀유지 계약 중 한 건은 1995년 블룸버그가 임신 소식을 전한 여직원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여성 혐오·비하·성희롱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임신 여직원 해고, 여성 차별 대우 등 자신의 기업에서 여성 직원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해 소송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비밀유지합의에 대한 회사 방침을 바꿨다"면서 "향후 성희롱이나 위법 행위에 대한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비밀유지합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