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격리' 中유학생 도시락 비용 수억원…대학마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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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혁신지원사업비로 식비는 못 쓰게 제한…"예비비도 안 될 것"
대학들 "유학생에게 비용 걷거나 빵 줘야 할지도"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하는 유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시락 비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초 7만여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 러쉬'가 시작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각 대학에 방역 관리를 요청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방역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혁신지원사업비는 원래 대학이 교육·연구 혁신에 쓰는 돈이다.
올해 교육부가 8천31억원을 143개 대학에 나눠줬는데 각 대학은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7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았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만큼 혁신지원사업비로 손 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 물품 비용이나 추가 인력 인건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그러나 도시락 등 유학생 기숙사 격리에 드는 비용은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시작돼 각 대학 기숙사에는 학생들이 입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들은 기숙사 등 거처에서 2주 동안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십∼수백명의 중국인 유학생에게 하루 세끼 도시락을 줘야 하는데, 도시락을 살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대체로 8천원∼1만원짜리 도시락이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대다수 대학이 과일·과자 등 간식도 추가로 준다.
간식 비용까지 합치면 기숙사에 입소하는 유학생 1명에게 한 끼에 평균 1만원 안팎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1만원짜리 식사를 하루 3번 14일 동안 제공하면 1명당 드는 비용은 총 42만원이다.
기숙사 입소 유학생이 300명이면 기숙사 자율격리 14일 동안 1억2천600만원, 500명이면 2억1천만원의 밥값이 드는 셈이다.
유학생이 많고 도시락·간식을 조금 더 고급으로 준비하느라 4억∼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된 요즘 대학에 수억 원은 너무 큰 돈"이라면서 "2월이라 다른 교비는 회계 처리가 거의 끝났다.
도시락을 혁신사업비로는 살 수 없다고 하니 대체 어디서 돈을 끌어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도시락 비용까지 혁신지원사업비에서 빼서 쓸 수 있게 풀어주면 현재 대학 예산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혁신지원사업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유학생들) 식비는 기본적으로 대학별로 자기 부담"이라면서 "물품과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고 내국인 학생을 위해서도 필요한 비용이니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은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예비비로 도시락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 관계자는 "예비비 역시 식비로는 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예비비 규모와 지급 항목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며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학들 사이에서도 도시락 비용은 대학이 책임지는 게 옳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나랏돈으로 기숙사 입소생 식비만 챙기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면서 "안 그래도 밥 먹으러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욕먹는 자취 유학생들 반발도 걱정이고, 중국인 식비까지 대줘야 하냐는 학부모 민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학가에서는 예산이 부족한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 반발을 감수하면서 소정의 격리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비용을 걷겠다고 하면 기숙사에 입소했던 유학생들이 다시 자취방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로서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한 모든 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했는데 식비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줄은 몰랐다"면서 "비용을 걷을지, 도시락 대신 빵을 하나씩 줘야 할지 등 대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대학들 "유학생에게 비용 걷거나 빵 줘야 할지도"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하는 유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시락 비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초 7만여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 러쉬'가 시작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각 대학에 방역 관리를 요청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방역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혁신지원사업비는 원래 대학이 교육·연구 혁신에 쓰는 돈이다.
올해 교육부가 8천31억원을 143개 대학에 나눠줬는데 각 대학은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7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았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만큼 혁신지원사업비로 손 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 물품 비용이나 추가 인력 인건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그러나 도시락 등 유학생 기숙사 격리에 드는 비용은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시작돼 각 대학 기숙사에는 학생들이 입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들은 기숙사 등 거처에서 2주 동안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십∼수백명의 중국인 유학생에게 하루 세끼 도시락을 줘야 하는데, 도시락을 살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대체로 8천원∼1만원짜리 도시락이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대다수 대학이 과일·과자 등 간식도 추가로 준다.
간식 비용까지 합치면 기숙사에 입소하는 유학생 1명에게 한 끼에 평균 1만원 안팎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1만원짜리 식사를 하루 3번 14일 동안 제공하면 1명당 드는 비용은 총 42만원이다.
기숙사 입소 유학생이 300명이면 기숙사 자율격리 14일 동안 1억2천600만원, 500명이면 2억1천만원의 밥값이 드는 셈이다.
유학생이 많고 도시락·간식을 조금 더 고급으로 준비하느라 4억∼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된 요즘 대학에 수억 원은 너무 큰 돈"이라면서 "2월이라 다른 교비는 회계 처리가 거의 끝났다.
도시락을 혁신사업비로는 살 수 없다고 하니 대체 어디서 돈을 끌어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도시락 비용까지 혁신지원사업비에서 빼서 쓸 수 있게 풀어주면 현재 대학 예산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혁신지원사업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유학생들) 식비는 기본적으로 대학별로 자기 부담"이라면서 "물품과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고 내국인 학생을 위해서도 필요한 비용이니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은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예비비로 도시락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 관계자는 "예비비 역시 식비로는 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예비비 규모와 지급 항목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며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학들 사이에서도 도시락 비용은 대학이 책임지는 게 옳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나랏돈으로 기숙사 입소생 식비만 챙기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면서 "안 그래도 밥 먹으러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욕먹는 자취 유학생들 반발도 걱정이고, 중국인 식비까지 대줘야 하냐는 학부모 민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학가에서는 예산이 부족한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 반발을 감수하면서 소정의 격리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비용을 걷겠다고 하면 기숙사에 입소했던 유학생들이 다시 자취방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로서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한 모든 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했는데 식비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줄은 몰랐다"면서 "비용을 걷을지, 도시락 대신 빵을 하나씩 줘야 할지 등 대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