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4곳 중 1곳꼴로 마스크 미달…"돈은 받았는데 마스크 살 곳 없어"

"개학이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학교에 상시 구비해야 하는 방역마스크(N95·KF94, 미세입자를 95%까지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는 한 개도 없고, 구할 수도 없어요."
"방역마스크 한 개도 없어요"…개학 앞둔 학교 '비상'
경기도 용인의 A중학교 보건교사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직원들이 몇 날 며칠 마스크 구매를 시도했지만, 주문하면 업체가 얼마 뒤 취소 처리하고 값을 올려 판매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방역 마스크는 하나도 구하지 못하고 일반 일회용 마스크만 겨우 구매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교육부가 만든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을 보면 각급 학교는 방역물품을 기준에 맞게 상시 구비해야 한다.

방역물품이란 ▲ 체온계 ▲ 의료용 장갑 ▲ 마스크(방역용·일반용) ▲ 알코올 손 소독제 ▲ 락스 및 살균 티슈 등이다.

이 가운데 방역용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 손 소독제, 락스는 우선 비축 물품이다.

방역용 마스크의 경우 교실당 5개, 보건실 20개가 권장 비축 물량이고, 일회용 마스크는 교실당 20개, 보건실 학생 10명당 3개가 기준이다.

보통 학교들은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1∼2월경 방역물품을 구비해놓는데,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한 뒤로 점차 확산하면서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도교육청이 교육부 특별교부금과 자체 예산 총 83억원을 학교에 보내주기로 해 돈은 확보했지만 정작 마스크 살 곳이 없는 상황이다.

도내 B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가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주변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우리도 힘들다'는 답만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교육청은 지역 내 보건소와 논의해 마스크를 지원받기로 했으나, 최근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고 했다.

실제로 이달 초 기준 도내 학교 4곳 중 1곳꼴로 마스크 보유현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일부 학교는 마스크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황은 여의치 않다고 했다.
"방역마스크 한 개도 없어요"…개학 앞둔 학교 '비상'
보건교육 관계자는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등을 겪으며 대응 체계가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학교에 예산을 주는 것보다 물품을 지원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학교 내 마스크 수급 문제에 대해 교육부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주문 물량에 대해서만이라도 일방적인 주문 취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감염병 상황이 장기화했을 때에 대한 매뉴얼도 시급히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