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세잔·샤갈·마티스…명작으로 보는 프랑스 모더니즘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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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아람누리 '프렌치 모던'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기획·전시
1850~1950년 파리에서 꽃피운
리얼리즘부터 초현실주의까지
다양한 유파 대표작 59점 선봬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기획·전시
1850~1950년 파리에서 꽃피운
리얼리즘부터 초현실주의까지
다양한 유파 대표작 59점 선봬
나폴레옹 전쟁 이후 30년 넘게 지속된 반동·복고적 빈 체제는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을 필두로 한 ‘유럽혁명’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급격하고도 두드러진 변화를 겪는다. 예술, 정치, 과학, 문화를 망라한 모더니즘의 등장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수많은 예술가가 리얼리즘부터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도전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프렌치 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은 약 100년에 걸쳐 전개된 미술 혁명기의 다양한 모더니즘 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이 소장한 유럽 컬렉션 중 클로드 모네, 폴 세잔, 앙리 마티스를 비롯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장 프랑수아 밀레, 피에르 보나르, 오귀스트 로댕, 구스타브 쿠르베,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 등 45명의 대표작 59점을 선보이고 있다.
브루클린미술관이 직접 기획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모더니즘 사조의 시작과 흐름을 미술사의 맥락에 따라 살펴볼 수 있게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풍경, 정물, 인물, 누드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눠 미술사조의 변화에 따라 작가별로 작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17세기에 설립된 프렌치 아카데미는 풍경화를 중요도가 가장 낮은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 간주했다. 저급하다는 게 이유였다. 19세기 화가들이 이런 통념과 범주화에 반기를 들면서 풍경화의 대중적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새로 출시된 휴대용 물감세트와 이젤을 들고 나가 자연을 화폭에 옮겼다. 인상파의 분위기 있는 색감과 느슨한 붓놀림부터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대담한 환영(幻影)에 이르기까지 풍경은 근대성을 표현한 주요 대상이었다. 파리 남쪽 빌 다브레의 시골집을 그린 코로의 1865년작 ‘빌 다브레’를 비롯해 영국해협의 맹렬한 바다를 담아낸 쿠르베의 ‘파도’(1869), 노르망디 해안의 거친 파도를 버려진 세관 건물과 함께 포착한 모네의 ‘밀물’(1882), 화면 전체에 햇빛이 가득한 르누아르의 ‘카뉴의 포도밭’(1908) 등이 눈길을 끈다. 교회 종탑과 집들을 서로 맞물린 사각형으로 표현한 세잔의 ‘가르단 마을’(1885~1886)은 입체파에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교회 종탑 끝부분과 오른쪽 하단이 채색되지 않은 채 흑연으로 그린 밑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작가의 작업 방식도 엿보게 한다.
정물화 또한 이 시기에 새로 인기를 끈 장르였다. 세련되고 값비싼 옷감, 잘 익은 과일,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테이블보 등이 보는 이의 감각을 촉발한다. 푸른 중국식 도자기 잔과 접시, 두 개의 잘 익은 복숭아와 몇 개의 녹색 무화과가 놓인 식탁을 그린 르누아르의 ‘파란 컵이 있는 정물’이 대표적이다. 마티스의 정물화 ‘꽃’은 1913년 뉴욕에서 열린 현대미술의 주요 전시회 ‘아모리 쇼’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유행하는 복식을 잘 차려입은 도시인의 초상화가 아방가르드 회화의 필수 목록이 된 것은 기성복이 대중화하면서였다. 특히 전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의 초상화는 옷과 액세서리의 화려함이 당대 상류사회의 풍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1860년대 초 파리 외곽 농업공동체인 바르비종의 농민을 그린 밀레의 ‘양떼를 치는 남자’, 풍만한 여인의 나른한 자태를 담아낸 코로의 ‘스파르타의 젊은 여인’, 목욕을 마친 여인을 스케치한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이 주목된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 중 하나였던 조반니 볼디니의 1912년작 ‘여인의 초상’은 폭 121.3㎝, 높이 231.1㎝의 대작이다.
누드 코너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도 나와 있다. ‘청동시대’를 비롯해 늙은 아내의 쭈그러든 몸을 표현한 로댕의 ‘아름다운 아내’와 대리석 조각 ‘다나이드’, 회화를 완성하기 전에 주제의 형식적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각을 드로잉처럼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했던 드가의 조각 ‘휴식을 취하는 무용수’ 등이 대표적이다.
브루클린미술관은 유럽 모더니즘의 동향을 일찍부터 주목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부터 한 세기 전인 1921년 ‘프랑스 모더니즘의 대가들- 후기 인상주의와 그 이전’이라는 전시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인상주의 미술을 처음 소개했고, 이후에도 드가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을 앞장서 선보였다. 또 일찍부터 모더니즘 작품 수집에 나섰고 컬렉터에게 기증도 많이 받아 이번 전시 작품의 대부분이 기증품이라는 점도 보는 이들을 부럽게 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프렌치 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은 약 100년에 걸쳐 전개된 미술 혁명기의 다양한 모더니즘 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이 소장한 유럽 컬렉션 중 클로드 모네, 폴 세잔, 앙리 마티스를 비롯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장 프랑수아 밀레, 피에르 보나르, 오귀스트 로댕, 구스타브 쿠르베,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 등 45명의 대표작 59점을 선보이고 있다.
브루클린미술관이 직접 기획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모더니즘 사조의 시작과 흐름을 미술사의 맥락에 따라 살펴볼 수 있게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풍경, 정물, 인물, 누드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눠 미술사조의 변화에 따라 작가별로 작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17세기에 설립된 프렌치 아카데미는 풍경화를 중요도가 가장 낮은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 간주했다. 저급하다는 게 이유였다. 19세기 화가들이 이런 통념과 범주화에 반기를 들면서 풍경화의 대중적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새로 출시된 휴대용 물감세트와 이젤을 들고 나가 자연을 화폭에 옮겼다. 인상파의 분위기 있는 색감과 느슨한 붓놀림부터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대담한 환영(幻影)에 이르기까지 풍경은 근대성을 표현한 주요 대상이었다. 파리 남쪽 빌 다브레의 시골집을 그린 코로의 1865년작 ‘빌 다브레’를 비롯해 영국해협의 맹렬한 바다를 담아낸 쿠르베의 ‘파도’(1869), 노르망디 해안의 거친 파도를 버려진 세관 건물과 함께 포착한 모네의 ‘밀물’(1882), 화면 전체에 햇빛이 가득한 르누아르의 ‘카뉴의 포도밭’(1908) 등이 눈길을 끈다. 교회 종탑과 집들을 서로 맞물린 사각형으로 표현한 세잔의 ‘가르단 마을’(1885~1886)은 입체파에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교회 종탑 끝부분과 오른쪽 하단이 채색되지 않은 채 흑연으로 그린 밑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작가의 작업 방식도 엿보게 한다.
정물화 또한 이 시기에 새로 인기를 끈 장르였다. 세련되고 값비싼 옷감, 잘 익은 과일,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테이블보 등이 보는 이의 감각을 촉발한다. 푸른 중국식 도자기 잔과 접시, 두 개의 잘 익은 복숭아와 몇 개의 녹색 무화과가 놓인 식탁을 그린 르누아르의 ‘파란 컵이 있는 정물’이 대표적이다. 마티스의 정물화 ‘꽃’은 1913년 뉴욕에서 열린 현대미술의 주요 전시회 ‘아모리 쇼’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유행하는 복식을 잘 차려입은 도시인의 초상화가 아방가르드 회화의 필수 목록이 된 것은 기성복이 대중화하면서였다. 특히 전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의 초상화는 옷과 액세서리의 화려함이 당대 상류사회의 풍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1860년대 초 파리 외곽 농업공동체인 바르비종의 농민을 그린 밀레의 ‘양떼를 치는 남자’, 풍만한 여인의 나른한 자태를 담아낸 코로의 ‘스파르타의 젊은 여인’, 목욕을 마친 여인을 스케치한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이 주목된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 중 하나였던 조반니 볼디니의 1912년작 ‘여인의 초상’은 폭 121.3㎝, 높이 231.1㎝의 대작이다.
누드 코너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도 나와 있다. ‘청동시대’를 비롯해 늙은 아내의 쭈그러든 몸을 표현한 로댕의 ‘아름다운 아내’와 대리석 조각 ‘다나이드’, 회화를 완성하기 전에 주제의 형식적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각을 드로잉처럼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했던 드가의 조각 ‘휴식을 취하는 무용수’ 등이 대표적이다.
브루클린미술관은 유럽 모더니즘의 동향을 일찍부터 주목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부터 한 세기 전인 1921년 ‘프랑스 모더니즘의 대가들- 후기 인상주의와 그 이전’이라는 전시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인상주의 미술을 처음 소개했고, 이후에도 드가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을 앞장서 선보였다. 또 일찍부터 모더니즘 작품 수집에 나섰고 컬렉터에게 기증도 많이 받아 이번 전시 작품의 대부분이 기증품이라는 점도 보는 이들을 부럽게 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