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서초우성 1차를 재건축해 짓고 있는 '래미안 리더스원' (자료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서초우성 1차를 재건축해 짓고 있는 '래미안 리더스원' (자료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신반포15차다. 두 재건축 모두 삼성물산이 수주텃밭인 반포인데다 기존의 시공사를 취소하고 재선정하는 현장들이다.

23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이 주최하는 시공사 선정 입찰 현장설명회 참여를 위해 입찰보증금 10억원을 납부했다. 오는 25일 현장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며, 입찰서 마감은 4월10일이다.

반포3주구는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를 짓는 재건축이다. 앞서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된 바 있으나 공사비 등에서 조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시공사 재선정에 나서게 됐다. 고사규모는 총 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달에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12번지 일대를 지하4층, 지상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로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이 시공사였지만, 조합이 이를 박탈한 뒤 현재 대우건설은 조합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정비사업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2015년 이후 참여가 없었다. 당시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총회에서 GS건설에 밀린 후 삼성물산은 단 한 건의 수주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 참여 전 단계인 현장설명회 참여로만 쳐도 3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차원에서 '준법 경영'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수주에는 나서지 않았다. 수주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과열양상을 보이는 수주현장에서는 중도에 발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 과열을 계기로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는 등 클린 수주 분위기가 되면서 삼성물산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가 정비사업 시공자 수주전에서 불공정 관행을 막기 위해 선제적 공공지원을 시작한 현장으로 꼽은 곳이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와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다.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도 포함됐다. 시는 클린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동시에 '상시 모니터링' 제도와 함께 '전문가 지원반'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또한 실적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주가 주단되면서 삼성물산의 건축사업 수주잔고는 지난해 13조7770억원이었다. 2015년 19조8380억원과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수치다. 회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 분위기가 깨끗해지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1군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은 3~4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삼성물산의 참여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기존 시공사가 취소된 현장으로 나서고 있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