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관점에서 신흥증시 리스크를 생각해봤다. 첫째, 중국발 공급망 붕괴 가능성이다. 전염병이라는 돌발 변수로 중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부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개선되고 있던 주요 신흥국의 교역량이 둔화할 수도 있다. 모두가 느끼듯 이번 전염병의 초기 확산 속도는 매섭다. 다만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전염병처럼 2~3개월 내에 안정화된다면 중국발 공급망 쇼크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향후 재정 확대와 통화완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둘째, 중국이 미국과의 1차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다. 11월 대선을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합의를 ‘승리’로 표현하기 위해 합의 이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전염병 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해 교역 잡음은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다.
셋째, 신흥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속 여부와 자본 유출 리스크다. 국가별 차이는 있겠지만, 신흥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기조 역시 통화 부양을 의미하는 만큼 신흥국발 자본 유출 리스크는 낮다.
넷째, 환율과 인플레이션이다. 베트남, 인도,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물가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라기보다는 식료품에 국한됐다. 유가 하락과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부진은 인플레이션 하향 요인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크지 않으며 이에 따른 달러의 추가 강세도 제한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각종 부양 패키지를 통해 정상 궤도로 진입한다면 지난 2년간 신흥국의 중국발 디스인플레이션은 점차 해소될 것이다. 경기 회복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은 신흥증시의 투자 선호도를 증대시키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민 KB증권 WM스타자문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