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렁酒렁…와인 마니아들 심장이 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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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올해 가볼만한 와인 여행지 6선
올해 가볼만한 와인 여행지 6선
와인 생산지 하면 떠오르는 나라와 지역은 워낙 많다. 2020년에는 그중에서도 조금 색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서 그만큼 새롭고 탐색하는 즐거움이 남다른 곳을 모아 봤다. 와인도 즐기고 여행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 여행지 6선(選).
(1) 유라시아의 와인 발상지 조지아 조지아(Georgia)는 최근 몇 년 새 유난히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예전에는 코카서스 지역의 마니악한 여행지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폭넓은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미국 조지아주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나라이며 러시아어로 그루지야(Gruziya)라고도 불린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 와인을 나눠줄 정도로 와인 생산에 깊은 뿌리를 둔 것이 특징. 조지아의 토기에서 약 8000년 전에 발효된 포도 씨가 발견된 것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인 증거가 나와서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았다. 치누리(chinuri), 구르자니(gurdzhaani), 사페라비(saperavi) 등 낯선 이름의 포도 품종 수백여 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흙으로 빚은 항아리인 크베브리(Qvevri)를 이용해 와인을 빚는다. 포도를 포도 압착기에서 짜서 즙, 껍질, 줄기, 씨를 모두 크베브리 안에 담아 밀봉한 후 여러 달 숙성시켜 완성한다. 조지아를 여행하다 보면 조그만 포도밭을 가꾸며 직접 와인을 만들어 마시고, 손님을 초대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와인과 전통 요리를 즐기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와인 여행 정보는 조지아 정부 산하 기관인 내셔널 와인 에이전시 오브 조지아(National Wine Agency of Georgia)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조지아 와인을 시음하고 싶다면 올 8월 대전에서 열리는 ‘대전 국제 와인 페어’를 기억할 것. 평소 접하기 어려운 조지아 와인을 만날 수 있다.
(2) ‘와인의 날’이 국경일인 나라 몰도바
누구나 처음 들으면 헷갈리곤 하는데, 인도양의 몰디브가 아니라 유럽의 몰도바(Moldova)라는 나라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있으며, 와인 생산이 주요 산업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매년 10월 5일은 국경일인 ‘내셔널 와인 데이(National wine day)’로 전국에서 대대적인 와인 축제가 열린다. 곳곳의 와이너리들이 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무료 시음과 각종 공연도 한다. 축제의 시작은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몰도바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이 근사하게 꾸민 부스를 열고 기다리고, 전통시장이 열리며, 레스토랑과 바도 이벤트를 한다. 키시너우에서 하루 묵은 뒤 근교에 자리한 크리코바(Cricova)와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 와이너리에 가보면 좋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석회암을 채굴했던 광산을 와인 저장고로 쓰고 있는데 온도 12~14도, 습도 97~98%를 유지하고 있어 와인을 저장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크리코바의 와인 저장고 길이는 약 70㎞, 밀레스티 미치의 와인 저장고 길이는 무려 200㎞가 넘는다. 차를 타고 내부로 들어가면 대규모 광산 안에 가득 찬 와인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키시너우에서 약 110㎞ 떨어진 푸카리(Purcari)도 빼놓을 수 없는 와이너리다.'8천년 와인 역사'의 조지아…파바로티도 반한 에밀리아 로마냐
1827년 설립됐으며 1847년 파리국제박람회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와인 강국을 제치고 금상을 차지했다. 와이너리에 근사한 레스토랑과 함께 부티크 호텔도 조성돼 있어 여행지로 완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배경으로 보트 타기, 자전거 타기, 하이킹, 낚시, 테니스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몰도바와인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 외에도 다양한 와이너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체코 와인의 자부심 모라비아
체코는 맥주로 워낙 유명하지만, 와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동부 지역 모라비아(Moravia)가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다. 모라비아의 여러 마을 중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가득 찬 미쿨로프(Mikulov)가 특히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언덕 위에 우뚝 선 미쿨로프 성에 오르면 푸른 포도밭과 바로크 양식의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성에는 1643년부터 사용된 동유럽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가 있으며, 성의 도서관에는 1만1000권이 훌쩍 넘는 고서적도 보관돼 있다. ‘작은 프라하’라 불리는 즈노이모(Znojmo) 마을도 매력이 넘친다. 로우츠키(Loucky) 수도원이 가장 손꼽히는 명소이며, 지하 와인 셀러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하이라이트다. 이 마을들은 아름다운 와인 트레일로 연결돼 있으며, 일몰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인접한 나라인 오스트리아까지 와인 사이클링 트레일도 형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 여행한다면 국경에 자리한 발티체(Valtice) 마을이 체코 와인 생산지의 마지막 여정이 될 수 있다. 발티체 성에서 와인 시음 박람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니 미리 정보를 파악해 두도록 하자.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오스트리아에 비해 체코는 물가와 와인 가격이 싸다는 것. 부담 없는 가격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
(4) 뜨겁게 주목받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몇 년째 여행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주목하자. 바르셀로나 근교에 멋진 와인 생산지가 많다. 남서쪽의 와인 생산지 페네데스(Penedes)는 기차나 자동차로 훌쩍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페네데스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 와이너리 투어가 특히 여행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밀려 변방 취급받던 스페인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토레스의 125주년 행사에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가 참석했을 정도로 스페인 와인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방문해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와인을 테이스팅해보도록 하자. 선별된 와인 테이스팅, 치즈 페어링, 하몽 페어링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어서 수준 높은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토레스의 여러 와인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를 들 수 있다. 1970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유수의 보르도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와인이다. 작은 포도밭에서 최상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으로, 뛰어난 구조감과 풍부한 질감을 지녔으며 숲 내음과 송로버섯 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5) 파바로티가 즐긴 伊 에밀리아 로마냐
이탈리아인들은 저마다 자기네 지역 와인과 요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장화처럼 긴 국토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저마다 특색 있는 요리도 탄생하기 때문이다. 중·북부의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 지방은 그중에서도 자타 공인 으뜸으로 꼽히는데, 아직 한국 여행자들의 발길이 덜 미치고 있다. 주도인 볼로냐(Bologna)에 가게 되면 먼저 이 고장의 요리인 볼로네제 파스타를 맛봐야 한다. 1932년에 문을 연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탐부리니(Tamburini)가 터줏대감이니 가보도록 하자. 에밀리아 로마냐를 대표하는 람브루스코(Lambrusco) 품종의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가보면 좋은 와이너리로는 볼로냐 외곽에 있는 ‘메디치 에르메테(Medici Ermete)’가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약발포성의 레드 와인인 ‘콘체르토(Concerto)’가 대표 와인인데,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마시던 것으로 유명하다. 로제 스파클링 와인 페르멘토(Phermento)는 병에서 2차 발효 후 효모 침전물을 제거하지 않고 보존제도 넣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둘 다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인기가 아주 좋다.
(6) 스페인의 피가 흐르는 프랑스 루시용
프랑스의 웬만한 와인 생산지를 돌아다닌 여행자들도 놓치기 쉬운 곳이 루시용(Roussillon)이다. 피레네산맥과 지중해를 품고 스페인과 맞닿은 루시용은 과거에 카탈루냐의 영토였다. 지금도 카탈루냐인의 문화가 스며 있으며, 사람들의 성향도 열정적이고 정이 넘친다. 루시용의 여러 마을 중에서 콜리우르(Collioure)는 피카소와 마티스가 즐겨 찾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콜리우르 해안가의 와이너리 레 클로 드 폴리(Les Clos de Paulilles)는 풍경도 근사하고 와인 테이스팅 룸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어 유럽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겨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말에는 늘 손님으로 붐빈다. 좀 더 조용한 마을을 선호한다면 콜리우르의 남쪽 바뉠스(Banyuls)로 가보자.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 아래로 한가로운 해변이 펼쳐지고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비뉴론 카탈란(Vignerons Catalans) 와이너리에 가면 카탈루냐의 전통이 담긴 루시용의 와인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당도가 무르익도록 늦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빚은 뒤 알코올을 첨가해 도수를 높인 주정 강화 와인인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을 맛봐야 한다. 특히 ‘비뉴론 카탈란 콜렉시옹 바뉠스 그랑 크뤼(Vignerons Catalans Collection Banyuls Grand Cru)’가 매력적이니 기억해 둘 것. 깊은 당도와 농밀한 질감에 더해진 말린 자두 향과 깊은 호두 향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이다.
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1) 유라시아의 와인 발상지 조지아 조지아(Georgia)는 최근 몇 년 새 유난히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예전에는 코카서스 지역의 마니악한 여행지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폭넓은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미국 조지아주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나라이며 러시아어로 그루지야(Gruziya)라고도 불린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 와인을 나눠줄 정도로 와인 생산에 깊은 뿌리를 둔 것이 특징. 조지아의 토기에서 약 8000년 전에 발효된 포도 씨가 발견된 것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인 증거가 나와서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았다. 치누리(chinuri), 구르자니(gurdzhaani), 사페라비(saperavi) 등 낯선 이름의 포도 품종 수백여 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흙으로 빚은 항아리인 크베브리(Qvevri)를 이용해 와인을 빚는다. 포도를 포도 압착기에서 짜서 즙, 껍질, 줄기, 씨를 모두 크베브리 안에 담아 밀봉한 후 여러 달 숙성시켜 완성한다. 조지아를 여행하다 보면 조그만 포도밭을 가꾸며 직접 와인을 만들어 마시고, 손님을 초대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와인과 전통 요리를 즐기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와인 여행 정보는 조지아 정부 산하 기관인 내셔널 와인 에이전시 오브 조지아(National Wine Agency of Georgia)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조지아 와인을 시음하고 싶다면 올 8월 대전에서 열리는 ‘대전 국제 와인 페어’를 기억할 것. 평소 접하기 어려운 조지아 와인을 만날 수 있다.
(2) ‘와인의 날’이 국경일인 나라 몰도바
누구나 처음 들으면 헷갈리곤 하는데, 인도양의 몰디브가 아니라 유럽의 몰도바(Moldova)라는 나라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있으며, 와인 생산이 주요 산업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매년 10월 5일은 국경일인 ‘내셔널 와인 데이(National wine day)’로 전국에서 대대적인 와인 축제가 열린다. 곳곳의 와이너리들이 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무료 시음과 각종 공연도 한다. 축제의 시작은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몰도바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이 근사하게 꾸민 부스를 열고 기다리고, 전통시장이 열리며, 레스토랑과 바도 이벤트를 한다. 키시너우에서 하루 묵은 뒤 근교에 자리한 크리코바(Cricova)와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 와이너리에 가보면 좋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석회암을 채굴했던 광산을 와인 저장고로 쓰고 있는데 온도 12~14도, 습도 97~98%를 유지하고 있어 와인을 저장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크리코바의 와인 저장고 길이는 약 70㎞, 밀레스티 미치의 와인 저장고 길이는 무려 200㎞가 넘는다. 차를 타고 내부로 들어가면 대규모 광산 안에 가득 찬 와인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키시너우에서 약 110㎞ 떨어진 푸카리(Purcari)도 빼놓을 수 없는 와이너리다.'8천년 와인 역사'의 조지아…파바로티도 반한 에밀리아 로마냐
1827년 설립됐으며 1847년 파리국제박람회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와인 강국을 제치고 금상을 차지했다. 와이너리에 근사한 레스토랑과 함께 부티크 호텔도 조성돼 있어 여행지로 완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배경으로 보트 타기, 자전거 타기, 하이킹, 낚시, 테니스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몰도바와인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 외에도 다양한 와이너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체코 와인의 자부심 모라비아
체코는 맥주로 워낙 유명하지만, 와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동부 지역 모라비아(Moravia)가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다. 모라비아의 여러 마을 중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가득 찬 미쿨로프(Mikulov)가 특히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언덕 위에 우뚝 선 미쿨로프 성에 오르면 푸른 포도밭과 바로크 양식의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성에는 1643년부터 사용된 동유럽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가 있으며, 성의 도서관에는 1만1000권이 훌쩍 넘는 고서적도 보관돼 있다. ‘작은 프라하’라 불리는 즈노이모(Znojmo) 마을도 매력이 넘친다. 로우츠키(Loucky) 수도원이 가장 손꼽히는 명소이며, 지하 와인 셀러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하이라이트다. 이 마을들은 아름다운 와인 트레일로 연결돼 있으며, 일몰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인접한 나라인 오스트리아까지 와인 사이클링 트레일도 형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 여행한다면 국경에 자리한 발티체(Valtice) 마을이 체코 와인 생산지의 마지막 여정이 될 수 있다. 발티체 성에서 와인 시음 박람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니 미리 정보를 파악해 두도록 하자.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오스트리아에 비해 체코는 물가와 와인 가격이 싸다는 것. 부담 없는 가격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
(4) 뜨겁게 주목받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몇 년째 여행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주목하자. 바르셀로나 근교에 멋진 와인 생산지가 많다. 남서쪽의 와인 생산지 페네데스(Penedes)는 기차나 자동차로 훌쩍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페네데스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 와이너리 투어가 특히 여행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밀려 변방 취급받던 스페인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토레스의 125주년 행사에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가 참석했을 정도로 스페인 와인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방문해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와인을 테이스팅해보도록 하자. 선별된 와인 테이스팅, 치즈 페어링, 하몽 페어링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어서 수준 높은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토레스의 여러 와인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를 들 수 있다. 1970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유수의 보르도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와인이다. 작은 포도밭에서 최상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으로, 뛰어난 구조감과 풍부한 질감을 지녔으며 숲 내음과 송로버섯 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5) 파바로티가 즐긴 伊 에밀리아 로마냐
이탈리아인들은 저마다 자기네 지역 와인과 요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장화처럼 긴 국토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저마다 특색 있는 요리도 탄생하기 때문이다. 중·북부의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 지방은 그중에서도 자타 공인 으뜸으로 꼽히는데, 아직 한국 여행자들의 발길이 덜 미치고 있다. 주도인 볼로냐(Bologna)에 가게 되면 먼저 이 고장의 요리인 볼로네제 파스타를 맛봐야 한다. 1932년에 문을 연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탐부리니(Tamburini)가 터줏대감이니 가보도록 하자. 에밀리아 로마냐를 대표하는 람브루스코(Lambrusco) 품종의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가보면 좋은 와이너리로는 볼로냐 외곽에 있는 ‘메디치 에르메테(Medici Ermete)’가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약발포성의 레드 와인인 ‘콘체르토(Concerto)’가 대표 와인인데,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마시던 것으로 유명하다. 로제 스파클링 와인 페르멘토(Phermento)는 병에서 2차 발효 후 효모 침전물을 제거하지 않고 보존제도 넣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둘 다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인기가 아주 좋다.
(6) 스페인의 피가 흐르는 프랑스 루시용
프랑스의 웬만한 와인 생산지를 돌아다닌 여행자들도 놓치기 쉬운 곳이 루시용(Roussillon)이다. 피레네산맥과 지중해를 품고 스페인과 맞닿은 루시용은 과거에 카탈루냐의 영토였다. 지금도 카탈루냐인의 문화가 스며 있으며, 사람들의 성향도 열정적이고 정이 넘친다. 루시용의 여러 마을 중에서 콜리우르(Collioure)는 피카소와 마티스가 즐겨 찾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콜리우르 해안가의 와이너리 레 클로 드 폴리(Les Clos de Paulilles)는 풍경도 근사하고 와인 테이스팅 룸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어 유럽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겨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말에는 늘 손님으로 붐빈다. 좀 더 조용한 마을을 선호한다면 콜리우르의 남쪽 바뉠스(Banyuls)로 가보자.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 아래로 한가로운 해변이 펼쳐지고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비뉴론 카탈란(Vignerons Catalans) 와이너리에 가면 카탈루냐의 전통이 담긴 루시용의 와인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당도가 무르익도록 늦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빚은 뒤 알코올을 첨가해 도수를 높인 주정 강화 와인인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을 맛봐야 한다. 특히 ‘비뉴론 카탈란 콜렉시옹 바뉠스 그랑 크뤼(Vignerons Catalans Collection Banyuls Grand Cru)’가 매력적이니 기억해 둘 것. 깊은 당도와 농밀한 질감에 더해진 말린 자두 향과 깊은 호두 향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이다.
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