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의원에서 환자가 방문하지 않고도 의사로부터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를 허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평상시에는 금지하다가 한시적으로만 허용하는 원격의료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진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시적’이란 조건이 붙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일부 의료기관이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상당수 국가가 오래전 도입한 원격의료를 한국은 비상사태가 터진 다음에야, 그것도 ‘급한 불 끄기’ 용도로만 찔끔 허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도 한국은 20년째 원격의료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반대,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선동, 그리고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부와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국내에서 원격의료 시장이 열리지 않자 관련 기업들은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파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반 감기 환자까지 선별진료소에 몰리면서 혼란이 가중돼 진료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협회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경증 환자가 진료소에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병원 감염에 대한 우려 해소와 의료진의 안전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는 노인, 만성질환자와 어린아이들은 지금과 같은 긴급 사태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에도 원격의료 허용을 원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의사협회가 협조해 준다면 다른 나라들처럼 원격의료를 전면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약 처방전도 병원 방문 없이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의약품 배송까지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사스(2003년),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메르스(2015년)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신종 감염병이 반복해 출현하고 있다.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보건안보’ 개념이 요구된다. 원격의료가 허용돼도 근로시간 등 다른 규제에 막히면 소용없는 만큼 특별연장근로 인가도 대폭 완화돼야 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민을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상시 안전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