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화 가치 하락폭이 세계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세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을 많이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작년 말보다 4.6% 떨어졌다. 달러당 1156원40전이던 환율은 1209원20전으로 53원 뛰었다.

원화 가치 낙폭은 경제 규모가 큰 신흥시장 10개국(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중 브라질 헤알화(-8.6%), 남아공 랜드화(-7.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유독 많이 떨어진 것은 중국 경기 둔화, 국내 소비 부진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과거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부정적인 영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격”이라며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한 데다 소비까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도 약세다. 유로화 환율은 지난 18일 유로당 1.07달러로 낮아졌다. 2017년 4월 이후 2년10개월 만의 최저치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엔화 가치가 1.29% 폭락했다.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일본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엔화 약세가 심화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저우하오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중국 성장세와 위안화 가치에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에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