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중대 분수령, 며칠이 고비"…신종플루 후 11년만에 '심각' 발령
유초중고 개학 9일까지 미뤄, 사상초유 조치…'긴급돌봄'은 운영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최초로 국무총리가 본부장 맡아
국민 일상생활 영향, 항공기·여객선 운항 조정 등도 가능…일상생활 영향
신천지 집단감염 집중대처…대구·경북 지역 지원강화 방침도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 단계에서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휴교령이나 집단행사 금지 등의 정책대응이 가능해졌으며, 실제로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에 2020학년도 개학을 일주일간 미루는 초유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코로나19에 맞선 범정부 통합대응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확진자 증가 추세 속에 앞으로 수일 간이 전체 피해규모를 판가름할 중대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며 경보단계 격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전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등으로 구분되며, 한국 정부가 심각 단계를 발령하는 것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심각단계가 발령될 경우 정부가 휴교령이나 집단행사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등 최고수준의 대응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행사를 금지할 수 있고, 국내외 여행상품 판매에 대한 자제를 요구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감편 내지 운항을 조정할 권한이 생기는 등 국민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에 2020학년도 개학을 다음 달 2일에서 9일로 일주일 미루라고 명령하는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전국단위 학교 개학 연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교육부 장관의 휴업명령권을 발동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데 따른 조처다.

교육부는 "앞으로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개학 연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위해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중국에서 입국하는 대학 유학생 보호·관리방안 보완 조처도 발표했다.

교육부는 1학기를 휴학한 뒤 나중에 입국하는 유학생에게는 수강학점 제한을 완화해주고 집중이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휴학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이처럼 부처별 긴급대응을 이어가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최고수위 대응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설치된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는 범정부 최고 비상대책 기구다.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중대본 본부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맡기로 했다.

국무총리가 중대본 본부장을 맡는 것은 2003년 재난현장 지휘체계가 중대본으로 일원화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2차장 겸 범정부대책지원 본부장은 진영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정부는 특히 집단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신천지 교도들에 대한 통제 및 이를 통한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

신속한 전수조사와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단계로 들어서면 신천지 관련 확진자 증가세는 상당히 진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자 신천지 신도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며 "신천지교회와 신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다른 종교와 일반단체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방식의 집단 행사나 행위를 실내뿐 아니라 옥외에서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지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병상,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을 전폭 지원하는 체제로 바꿨고, 포화상태에 이른 대구지역의 의료능력을 보강하고 지원하는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의 자원뿐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협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위기상황이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할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역량을 굳게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지나친 불안을 떨치고, 정부의 조치를 신뢰하고 협조해달라. 온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으며 신뢰와 협력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이날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수는 60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날보다 170명 증가한 수치다.

사망자는 현재까지 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응 최고수준 '심각' 격상…유초중고 개학 전격 연기
/연합뉴스